한국은행이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의 ‘한국판 양적완화’ 조치를 이달 종료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융회사 33곳이 매입 요청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모두 사들이는 내용의 ‘전액 공급방식의 RP매입 제도’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지난 3월 “사실상 양적완화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한 이 제도를 통해 한은은 18조6900억원(누적 기준)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한은은 첫 매입을 추진한 지난 4월 2일 5조2500억원어치 RP를 사들인 이후 16차례에 걸쳐 RP를 매입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RP 매입 등으로 요청하는 유동성 규모는 점차 줄어들었다. 한은이 사상 최저인 연 0.5%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한국형 양적완화 조치 등 유동성 공급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 금리가 내려가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08%포인트 내린 연 0.81%에 마감하는 등 연 0.7%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5월 19일, 26일에는 한은에 RP 매입을 요청한 금융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한은과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였고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좋아졌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할 경우 전액 공급 방식의 RP 매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