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정부 입법으로 신설됐거나 강화된 규제 중 96.5%가 규제개혁위원회의 본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비(非) 중요규제’로 지정돼 심사를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1일 공개한 ‘2017∼2019년 신설·강화규제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신설됐거나 강화된 규제 총 3151건 중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는 3.5%인 110건에 불과했다. 중요규제는 규제를 받는 집단과 국민이 부담할 비용이 연간 100억원 이상이거나 국제 기준에 비춰 규제 정도가 과도한 것 등을 뜻한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강화하려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서면 예비심사에서 중요규제로 분류되면 분과위원회나 본위원회가 본심사를 한다. ‘비중요규제’로 분류되면 본심사를 거치지 않고 통과된다.

예컨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제한하는 금융업 감독 규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등은 규제 비용과 규제를 받는 사람 수, 기업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중요규제로 다뤘어야 하지만 비중요규제로 분류됐다는 게 전경련의 지적이다.

규제가 국회 심사를 피해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신설·강화된 규제의 84.4%가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으로 도입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