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일전기공업의 2030 직원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제일전기공업 제공
부산 제일전기공업의 2030 직원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제일전기공업 제공
부산에 있는 전기전문회사 제일전기공업은 최근 1년6개월 동안 33명의 청년 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전체 직원(260명)의 12% 수준이다. 평균 경쟁률은 5 대 1이었다. 20세부터 30대 초반까지인 신규 인력 중 대다수는 제조현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이다. 이 회사의 2030 직원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최악의 실업률 속에서도 제조 분야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여전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외면하는 ‘중기 기피 현상’ 탓이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몰리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청년 끌어모으는 중기들

제일전기공업의 매력은 안정적인 임금체계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는 주 5일 근무하지만, 일하지 않는 토·일요일에도 일급을 지급한다. 다른 제조업 생산직에 비해 연봉이 약 15% 높다. 부산·경남의 특성화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인턴제도도 원활한 인력 수급의 비결로 꼽힌다.

강동욱 제일전기공업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원활한 청년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보니 신규 채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을 업종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고,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전략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대기업보다 나은 중견기업’으로 불리는 업체도 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3차원(3D) 측정기술 기업 고영테크놀러지다. 이 회사는 출퇴근시간에 대한 특별한 지침이 없다. 업무하기 좋은 시간대에 맞춰 출근한 뒤, 일을 마치면 알아서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도다. 젊은 근무환경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몰리며 2018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1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전체 직원(610명)의 24% 수준이다. 회사 내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자녀 두 명까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경기 용인의 반도체 기업 테스, 매년 7~8명의 우수사원을 선발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경남 창원의 항공기부품 기업 율곡 등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중소기업으로 꼽힌다.

“중기 취업 인식 개선 시급”

지방 제조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청년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금속제품을 만드는 주물업계의 청년 고용률은 최저 수준이다.

한 주물업계 관계자는 “최저시급이 8590원까지 오르면서 근무하기 열악한 제조 환경보다 편의점·대형마트와 같은 단기성 일자리를 찾는 청년이 크게 늘었다”며 “일할 청년을 찾지 못해 중장년 직원만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에서는 ‘중소기업에 가면 절대 안 되는 이유’ 등의 동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가느니 스타트업에 가라”고 부추기는 영상도 많다.

업계에서는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만 34세 이하 청년 고용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제도가 이달 말 시행된다”며 “앞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부터 매년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에는 1280곳이 선정됐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