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자산운용업계 5위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그대로 두고 또 다른 펀드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젠투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팔았다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나자 믿을 만한 펀드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자산운용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수습 나선 신한금융, 자산운용사 인수 추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복수의 자산운용회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 의사를 타진했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의 자산운용사 인수 움직임을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라임과 젠투의 사모펀드를 대거 팔았다가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 외부 운용사의 상품을 중개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그룹 안에서 안정적으로 펀드상품의 구색을 다양하게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수 대상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주 차원에서 운용사 인수를 포괄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인수 나선 '라임 스캔들' 신한금융
리딩 금융그룹 투자자 신뢰 회복할지 '주목'

신한금융지주가 자산운용회사를 추가로 사겠다고 나선 것은 사모펀드 판매 일변도의 영업으로는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신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대신 팔아줬다가 환매가 중단된 라임과 젠투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각각 4000억원과 5000억원 규모다. 금융사고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계열사 상품을 넉넉하게 확보해 금융소비자에게 소개하겠다는 ‘절치부심’의 전략이 담겼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판매에서 ‘거리두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서는 건 2년여 만이다. 2018년 아시아신탁과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사들인 이후 대형 M&A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를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이번에 다시 펀드회사를 인수하겠다며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계열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신뢰도 문제가 위험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모펀드에서 공모펀드로, 대체투자에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으로 투자 권유 상품을 바꾸기 위해 자산운용 쪽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고로 실추된 신뢰의 위기를 타개할 특단의 방책인 셈이다.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약 66조2000억원으로 업계 5위권이다. 여기에 한 곳을 더 추가해 PB센터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펀드 상품군을 제시하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통제도 어려운 사모펀드 상품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키움투자자산·NH아문디자산운용 등 바로 뒤를 쫓고 있는 6~8위권을 확실히 따돌릴 수도 있다.

주식과 채권 운용 강자에 ‘눈독’

금융권에서 알려진 신한금융의 자산운용회사 인수 후보군에는 트러스톤과 프랭클린템플턴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각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강점을 드러낸 자산운용사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내실 있는 운용사로 ‘맨파워’가 강하고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BNP운용은 규모에 비해 부동산과 채권형 자산 비중이 크다”며 “최근 거론되는 운용사를 인수하면 주식형 공모상품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러스톤운용은 회사를 매각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펀드업계 중위권의 종합 자산운용회사도 신한금융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악화하면서 전반적인 자산운용업 실적이 나빠졌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가격 면에서 현시점이 유리할 수 있지만 팔려고 하는 쪽은 매각 가격을 낮출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대훈/전범진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