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넘는 예산을 퍼붓기 전에 규제나 새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두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는 뉴딜 정책을 통해 데이터·네트워크·스마트의료 등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산업은 정부 규제에 성장의 발목이 잡혀 있다는 얘기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대표적이다. 5G는 한국판 뉴딜 7대 분야 중 가장 투자비(39조원)가 많은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분야의 핵심 인프라다.

5G 업계는 이동통신 기지국·중계기 설치 때 공동주택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가 작년 7월 신설돼 인프라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고·검사를 거쳐 공동주택 대표와 자율적인 협의만 거치면 5G 중계기 등을 설치할 수 있었다”며 “신설 규제로 중계기 설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5G망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업계에 투자를 확대하라고 요청하는 것과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외국의 정책 흐름에도 역행한다. 미국은 지난달 ‘5G 업그레이드 행정명령’을 의결해 5G 기지국 설치 신청을 접수한 지방자치단체는 6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허가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데이터산업은 개인정보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올 1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게 비식별화를 한 데이터는 상업적 활용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구체적 지침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들을 달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 의료 산업은 환자와 의사 간 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이 ‘대못 규제’로 거론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원격 의료를 허용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한국은 의료계의 반대 때문에 20년째 원격 의료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