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불확실성 더 커지는데
산업 변화 대응할 과감한 투자
인재영입·M&A 멈출까 걱정

모든 가전 연결·제어하는 시대
9월 맥주용 소형 냉장고 등 출시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가 15일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더 테라스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가 15일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더 테라스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오는 4분기부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내년은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사진)은 15일 서울 도산대로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리더가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더 큰 위기’라는 얘기다. 그는 “성장을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도 모자랄 위중한 시기에 예정된 투자 말고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4분기부터 다시 위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절박한 토로'…"삼성, 위기의 한복판…리더 역할 더 절실"

김 사장이 4분기부터 삼성전자 실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건 ‘코로나19의 재확산’ 영향 때문이다. 3분기엔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소비 회복 영향으로 ‘겨우’ 버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4분기가 되면 3분기 같은 일회성 반등 효과가 사라지고 ‘소비 위축’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김 사장은 전망했다.

내년부터는 암울한 경영환경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그 근거로 코로나19 이후 강화되는 ‘자국 우선주의’를 꼽았다. 각국 정부가 관세율을 올리거나 주요 시장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면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인 삼성전자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근거는 ‘기술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가 노력하더라도 기술의 변화는 예측이 쉽지 않다”며 “경험하지 못 하던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굳건한 리더십’ 필요
삼성전자가 불확실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으로 김 사장은 세 가지를 들었다. 대규모 투자, 첨단 기술 개발, S급 인재 영입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없다면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사장의 가장 큰 우려다. 각 부문 대표(CEO)와 달리 좀 더 넓게 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리더라는 얘기다.

김 사장은 세계적인 석학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발탁한 것을 사례로 들며 “메가 트렌드를 읽고 CEO들보다 넓게 보는 게 삼성의 리더십”이라며 “리더가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총수의 판단이 불필요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김 사장은 수십 개 버튼을 없애고 핵심기능 몇 개만 추린 삼성 가전제품의 리모컨이 탄생한 것과 LED TV가 2009년 히트친 것도 이 부회장의 조언과 지시가 발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신제품은 계속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가전시장의 주요 흐름으론 ‘대형화’와 ‘홈 이코노미’를 꼽았다. ‘위생가전’이란 화두도 던졌다. 김 사장은“모든 가전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초연결성’의 시대가 2~3년 내에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1년 전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하며 ‘소비자 취향을 존중하는 가전’ 시대를 연 것에 대해선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영향으로 올 상반기 냉장고 매출이 30% 증가했다”며 “앞으로 생활가전뿐만 아니라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도 ‘가전을 나답게’란 슬로건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와인·맥주용 소형 냉장고 ‘큐브’를 출시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주요 이슈’로 꼽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