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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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려간 데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쌓는 이른바 '슈퍼 세이버'(super-saver)가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통화량(M2·평잔)은 5월 기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2월 후 최대 증가폭이다. 통화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9.9%로 2009년 10월(10.5%) 후 가장 높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통화량 가운데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의 잔액은 5월 말(계절조정계열 말잔 기준 1166조8033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9조9454억원 늘었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559조5905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856조6338억원이었다. 전달에 비해 각각 15조763억원, 14조6038억원 늘었다. 가계 통화량이 유독 늘어나 2008년 3월(15조2961억원) 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시중 유동성이 지난 5월에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올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을 축적하려는 경제주체들의 움직임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라든가 매출 급감을 경험한 경우에는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세이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풀린 유동성은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말 부동산금융은 작년 3월 말(1937조원)보다 8.7% 늘었난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부동산 대출·보증,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부동산 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합친 것을 말한다.

불어난 유동성과 부동산금융은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에 비해 7.6% 올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