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 지적도

코로나로 세금 수입 급감
적자국채 찍을 수밖에 없어

투자액 절반 다음 정부에 배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투입하기로 한 160조원은 지난 6월 초 밝힌 최초 투자 계획(76조원)을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예산만 114조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제시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60조원의 절반 이상이 다음 정부에 배정돼 지속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대한민국 대전환’ ‘새로운 100년의 설계’ ‘새로운 사회계약’ 등 거창하고 추상적인 수식어로 포장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년간 국가 예산만 114조원 투입
160兆 쏟아붓는 뉴딜…청사진 내놨지만 투자 진작 대책은 안 보여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2025년까지 국가 예산만 114조1000억원, 지방 예산과 민간 투자금을 합쳐 총 16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월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때 공개한 초안에선 투자 규모가 76조원이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58조2000억원, 그린 뉴딜에 7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고용안전망 확대에도 28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국이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투자액을 늘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 3월 5G, 데이터 등 신(新)인프라 구축에 2025년까지 1조2000억위안(약 20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5년간 190만1000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연평균 38만 명 수준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30만1000명 늘었다. 계획대로면 지금보다 고용 증가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엔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재원 조달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세금 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100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하려면 기존 예산을 얼마나 줄이겠다든지, 증세를 하겠다든지 등 구체적 계획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나 증세가 없다면 대부분의 재원을 적자국채를 찍어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늘고 있는 나랏빚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728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839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규제 개선 계획 제시 안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현 정부 이후 계획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도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160조원의 절반 이상인 92조3000억원이 2023~2025년 투자분이다. 일자리 창출 계획도 2023년 이후에 101만4000명이 잡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처럼 정권이 바뀐 이후 사업이 흐지부지돼 막대한 매몰비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산업, 스마트 의료 산업 등은 재정 투자 이전에 규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 규제, 스마트 의료 산업은 의사와 환자의 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추세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에는 규제 개혁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판 뉴딜은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 과제도 함께 추진된다”고 말했지만, 규제입법 완화·노동유연성 제고 등 그간 경제계가 요구해온 사항에 대해선 이번 계획에 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서민준/성수영 기자 morando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