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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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른바 ‘한국판 뉴딜 종합대책’이라는 게 나온다. 대통령 주재의 국민보고회의(대회)라는 꽤 거창한 형식을 통한다. 그만큼 미리부터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며 정부가 잔뜩 힘을 준 대책인데다 또‘종합대책’이라니, 대공황 때의 그 유명한 뉴딜 정책을 연상케 유도한 것도 정부다.

코로나 쇼크 이후 이런 저런 형식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몇 번이나 되는 지 다 상기하기도 어렵다.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라고도 여러 차례 열렸고, 조금 지나서는 이 회의를 경제부총리 주재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라고 바꾸기는 했지만 어떻든 여러 형태의 지원책도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내리막길 경제에 코로나 쇼크가 닥치면서 정부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야 했다. 중복되는 대책도 있게 마련이고, 다소는 전시용도 있을 수 있다. 정권의 성격을 떠나 ‘구호 경제’ ‘전광판 전시정책’는 한국적 행정 전통이기도 하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까지 … '구호경제''전광판 정책'의 그림자

어떻든 오늘 뉴딜 회의에서는 ‘한국판 뉴딜이 이런 내용으로 구성되고, 이런 일정에 따라, 이렇게 추진된다’는 내용이 가닥 잡힐 것이다. 구직자든, 전직 희망자든, 투자자든 이런 걸 잘 봐야 한다. 2025년까지 76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돈이 몰리는 곳을 봐야 먹을 게 생길 것 아닌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정부의 정책의지까지 쏠리는 곳을 주목하지 않은 채 어떻게 일자리와 돈벌기를 도모할 것인가. 더구나 갈수록 비대해지는 정부 하에 있지 않나.
한국판 뉴딜의 큰 그림은 앞서 4월말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회의 때 나왔다. 중간에 정부의 공식·비공식 설명과 리크에 따라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는데, 6월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때의 자료를 돌아보는 게 가장 나을 듯하다.

당시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한국판 뉴딜 정책은 ‘2+1’로 준비돼왔다. 큰 줄기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고 +1은 ‘휴먼(고용안정) 뉴딜’이다. 이 사업에 올해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2020~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이 투입되고, 2023~2025년까지 대략 45조원(수준)을 투입한다는 안이다. 2023년 이후에는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 그대로 ‘장기 그림’으로 참고 정도로만 보는 게 합리적이다. 오늘 회의를 통해 이 금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뉴딜에는 ‘D.N.A. 생태계 강화’(6.4조원)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0.8조원) ‘비대면 산업 육성’(1.4조원) ‘SOC 디지털화’(4.8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D. N. A.는 데이터, 네트워크 AI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데이터 구축과 활용, 5G 국가망 확산 및 클라우드 전환, 전 산업 5G. AI 융합 확산, AI·SW 핵심인재 육성 같은 목표가 언뜻 기사로 나온 적은 있다.

그린 뉴딜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5.8조원)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1.7조원)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전환’(5.4조원)으로 돼 있다. 제시된 제목만으로는 디지털 뉴딜만큼이나 거창하고 좀 추상적이다. 오늘 회의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고, 또 회의가 끝난 뒤 얼마나 구체적으로 브리핑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현대자동차도 나오고, 네이버도 나온다 한다.

휴먼 뉴딜이라는 부분은 결국 관제일자리 만들기 아니면 최근 불거진 실업보험을 비근로자에게도 대폭 확대하는 내용 등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네이버 들러리냐, 주역이냐… 성패 좌우할 '5대 원칙’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는 대로 더 자세히 뜯어보면 된다. 미리 걱정되는 것은 또 한 번의 백화점식 종합세트 대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코로냐 쇼크도 무섭지만 ‘코로나 이후’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를 정부가 헛발질로 보내선 안 된다. 세수부족, 적자재정, 국가부채 급증이 '트리플 걱정거리'로 부각되는 판에 예산을 헛되이 써서도 안 된다. 매사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돈으로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식은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좋은 방법은 되기 어렵다. 돈 안들이고, 혹은 최소로 투입하고도 불황탈출, 위기극복이 영 불가능 한 것이 아니다. 꼭 재정을 동원해야 한다면, 정부 자금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병행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한국판 뉴딜의 정책 세부가 다듬어지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들어가고, 그래서 성과를 내기 위한 5가지 전제 조건을 간추려봤다. 한국판 뉴딜에 꼭 담겨야 할 ‘5대 조건’이라고 해도 되겠고, 한국판 뉴딜 실행에서의 ‘5대 원칙’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고 본다.
첫째, 시장친화 정책이냐, 시장규제 정책이냐의 문제다. 당연히 시장친화 정책이어야 성과가 나올 것이다.

둘째, 정부 중심인가, 기업 중심인가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가 들러리가 될 것인가, 주역이 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의미 있는 투자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이 도와달라고 할때 필요한 것만 하면 된다.
셋째, 규제개선 문제다. 적어도 한국판 뉴딜에 포함되는 사업이나 산업에서만큼이라도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가는 게 좋겠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넷째, 차제에 고용과 노동제도, 노사관계까지 확 변할 필요가 있다. 당장 고쳐야 할 게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만이 아니다. 도대체 근무시간 제한 법규나 근무 방식 제한 때문에 스타트업이 안 되고, 첨단분야의 연구개발 업무가 지장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다섯째, 정치논리 극복도 중요하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정책 패키지가 준비되고 막대한 예산이 준지된다고 하니 이전부터 온갖 곳에서 온갖 ‘민원사업 끼워넣기’가 다 시도된다는 지적이 들린다. 여당은 여당대로, 각 부처는 부처대로, 관변 기관과 협회는 그들대로, 난리도 아니다. 다 차단하고 경제논리, 산업관점에서 시도돼야 한다.

이 5가지만 잘 지켜지면 한국판 뉴딜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성과가 바로 위기극복이고 불황탈출이다. 정말로 중요한 시기다. 꽤나 요란했던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 때의 ‘창조경제’가 다 어떻게 됐나.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기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