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출연체율 하락은 착시…"문제는 9월 이후"
5대 대형은행의 지난달 대출 연체율이 전달 대비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은행권의 위기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이자 유예 등 특수 요인을 고려하면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월 위기설’도 계속 흘러나온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앞다퉈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연체율은 낮아졌지만…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각각 0.21~0.33%(잠정치)로 집계됐다. 전달(각 0.25~0.40%)보다 소폭 떨어졌다. 4월 이후 상승 추세이던 연체율이 꺾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0.27~0.36%)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러나 수치만 보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얘기다. 통상 연체율은 분기 말에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이 시기 부실 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하는 탓이다. 연체율(대출액 대비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액)의 ‘분모(대출액)’가 급격히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5월 말보다 8조1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6월 수치로는 2005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모인 대출액은 바로 집계되지만 분자인 연체는 대출 이후 최소 1개월이 지난 뒤 후행적으로 집계된다”며 “아직 연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아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 유예 조치도 ‘부실 리스크’를 뒤로 미루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9월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이자 유예 조치는 여기서 한 차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임시 처방을 통해 리스크를 뒤로 미뤄놓고 있는 격”이라며 “9월 이후가 돼야 연체율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조이기 나선 은행

은행들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장기화되면 가계·기업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정기 산업등급평가에 나섰다. 업종별로 업황, 정책 환경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를 조정한다. ‘조기 경보시스템’도 운영한다. 채무자의 연체 위험도를 ‘잠재 관리’ ‘주의 관리’ 등으로 미리 나눠 관리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우량업체 재직자 신용 대출 상품 일부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우리은행은 요식업종 대출을 건당 1억원 이하로 줄였다. 하나·농협은행도 차주별로 위험도를 나눠 관리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지적을 들을 수 있어 대부분 조심스럽게 개별 상품별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코로나 피해 지원’에 집중했지만 하반기에는 리스크 조절이 더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