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대한축구협회장 3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두고 산업은행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정부 허가가 필요한 협회장 자리에 정 회장이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정 회장의 대한축구협회장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후보로 출마해 3연임을 할 것이란 얘기가 올초부터 공공연하게 퍼졌다. 정 회장은 2013년에 이어 2017년 대한축구협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HDC현산과 산업은행이 갈등을 빚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HDC현산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서면으로 재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을 두고 이동걸 산은 회장이 “1960년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편지냐”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다. 정부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HDC현산이 지난 3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을 충족해야만 HDC의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일 오후 정 회장을 불러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정 회장의 축구협회장 연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장 3연임을 위해서는 앞선 두 차례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각에선 “정 회장 개인적으로도 ‘아시아나 인수는 내팽개치고 축구만 신경 쓴다’는 비난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HDC현산이 오크밸리리조트를 인수할 때도 정 회장이 축구협회 일정으로 해외에 나가면서 결재가 늦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장은 해외에서 국빈 대접을 받으면서 해외 거래처와도 손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리”라며 “유무형의 혜택이 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채권단에 인수 상황 재점검을 요청했고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 회장의 축구협회장 3연임과 연결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