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납품업체의 매출 채권에 거짓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팝펀딩에 이어 개인 간(P2P) 대출업계에서 또다시 금융사고가 터졌다. 이번엔 중고 자동차 담보 채권에 투자하는 넥스리치펀딩이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고, 넥스리치펀딩은 투자금 반환을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이 240여 개 P2P 업체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P2P업계 또 금융사고…투자자들 불안

피해자 단체 소송 움직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는 투자자의 고발을 받고 지난 9일 넥스리치펀딩을 압수수색했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모든 영업과 투자금 반환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넥스리치펀딩은 누적 대출액이 600억원에 달하는 중위권 P2P 업체로 투자자들의 돈 250여억원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리치펀딩은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중고 자동차 구입을 원하는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빌려주는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P2P 업체들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없다. 보통 자회사로 있는 대부업체가 먼저 돈을 빌려주고 해당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투자자들은 애초에 대부업체가 대출을 제대로 해줬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투자 손실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는 넥스리치펀딩과 짝을 이룬 대부업체가 중고차 구매자 대출 이외의 곳에 자금을 융통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단체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2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자는 “현재 대표가 ‘바지사장’이라는 말도 있어서 누구를 상대로 고소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투법 시행 앞두고 또 대형 사고

금감원 등에 따르면 P2P 대출 연체율은 2017년 5.5%에서 지난달에는 16.6%까지 치솟았다. 금감원이 이달 초 240여 개 P2P 업체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면 부실업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P2P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고에 대해 P2P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도 추락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27일 P2P 회사들을 대부업체에서 따로 빼주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기대가 컸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온투법이 시행되면 대부업체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쓰지 않고 P2P 업체가 직접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대출에 투자하면 연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하는 업체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며 “P2P 대출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찬/김대훈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