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당장 집팔라" 으름장에…홍남기·은성수 황급히 처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해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다. 2주택자였던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일 세종시 아파트를 팔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하루빨리 집을 팔라"고 압박한 효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주택자가 아니라는 무거움 마음을 내려놓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공직자 다주택 보유 문제가 제기되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 국민께, 지인들께 몸둘 바 없이 송구했다"며 "1주택자가 되기 위해 오늘 의왕 아파트를 매각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왕시 이편한세상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을 보유 중이다. 분양권은 등기를 마치지 않았지만 입주 권리를 갖고 있어 사실상 1가구 2주택에 해당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분양권을 해소하려고 했지만 '전매금지' 규정 때문에 입주 후 바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하지만 고위 관료 다주택을 처분하란 압박이 커지자 의왕시 주택을 팔기로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35년 공직 내내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우리 가족 생활지는 의왕이었다", "아이들에겐 고향이고 제게도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 "공직을 마무리하면 의왕 집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등 의왕 집 매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마음의 무거움을 주었던 멍에(다주택자)를 내려놓겠다"며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부동산 정책을 좌고우면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에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1주택자가 됐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와 세종시 도담동 아파트를 갖고 있었던 은 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위를 통해 "세종시 아파트 매매 합의를 했고 가계약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발표 이후 은 위원장은 세종시 아파트를 내놓았으나 7개월동안 팔리지 않다가 이번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은 위원장은 빠른 매각을 위해 계약금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지난 9일 1주택자에 합류했다.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에 최근 배우자가 유산으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택의 지분 4분의 1을 상속받아 다주택자로 분류됐었다. 김 차관은 상속 지분을 장모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