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실직 전 12개월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 최소 4개월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보험료 납부 기간은 임금 근로자(6개월)의 배 수준에 달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특고 종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8일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및 보험료징수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고 종사자는 그동안 예술인과 함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이에 정부가 지난 5월 예술인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하는 입법을 한 데 이어 이번에 특고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전면 적용에 나선 것이다.

고용부는 우선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특고 종사자를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주 등으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특정 사업주와 계약을 맺지 않고 자신의 사정과 선택에 따라 일하는 사실상의 자영업자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은 전체 특고 종사자 중 전속성(한 사업주에 속해 있는 정도)이 강한 직종이 될 전망이다. 추후 시행령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보험 설계사, 건설기계 조종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 기사 등이 유력하다.

보험료는 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피보험자격 취득·상실 신고는 사업주가 해야 한다. 특고 종사자 한 명이 여러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있으면 수입 비율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

특고 종사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 전 24개월간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사업주와의 계약 해지는 물론이고 일정 정도 소득이 감소해 이직한 경우도 실업으로 인정된다. 다만,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보험료 납부 기간이 임금근로자(실직 전 18개월간 180일 이상)나 예술인(24개월 중 9개월 이상)보다 길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특고 종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연내 입법이 되더라도 엄격한 수급 요건 등으로 가입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보험 설계사 등 14개 특고 직종에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나 가입률은 6월 말 기준으로 13.7%에 불과하다. 소득 노출을 꺼리는 데다 민간보험과의 중복 가입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중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많은 특고 종사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