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 활력 제고를 위해 약 1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공하는 8개 분야 할인 소비 쿠폰이 다음달 외식 분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풀린다.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소비자가 할인 소비 쿠폰을 쓰도록 해 1조원 안팎의 신규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전산시스템 미통합 등으로 상당수 분야의 쿠폰은 한 사람이 중복 할인받는 것이 가능한 구조라 한정된 사람만 할인 혜택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할인 쿠폰 다음달부터 본격 제공

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외식업체를 이용할 때 1만원을 할인해주는 소비쿠폰 330만 장을 푼다. 주말에 일반 음식점에서 2만원 이상 결제하면 1회 외식한 것으로 간주하고 외식 횟수가 5회 쌓이면 1만원의 카드사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외식 할인 쿠폰은 정부가 지난달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놓은 ‘8대 분야 할인 소비쿠폰 제공’ 대책의 일환이다. 외식 외에도 농수산물, 숙박, 체육, 공연, 영화, 관광, 전시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총 1684억원을 활용해 할인 쿠폰을 소비자들에게 줄 방침이다. 분야별로 농수산물에 620억원, 외식 348억원, 숙박 290억원, 체육 122억원, 공연 및 영화 117억원, 관광 97억원, 전시에 90억원 등의 예산을 투입한다.

숙박 쿠폰은 9월 이후 풀려

쿠폰이 풀리는 시기는 분야별로 다소 차이가 날 전망이다. 외식과 함께 농수산물, 영화, 공연 등의 소비쿠폰은 다음달 초부터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업체 선정 공고를 내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최소 15~20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소비 쿠폰 1700억 풀리는데…'중복 할인' 논란
농수산물 할인 쿠폰은 쿠팡, 마켓컬리, 지방자치단체 쇼핑몰 등 25개 온라인몰에서 즉시할인 방식으로 지급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지급할 예정이다. 최대 할인율은 20%이며 최대 할인금액은 1만원이다. 영화는 극장에서 영화관람권 한 장당 6000원, 공연은 예스24 등 온라인 예매 사이트를 통해 관람권 한 장당 8000원씩 할인해 준다.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 시 3000원 할인해 주는 전시 쿠폰도 8월 전시주간에 풀린다.

일부 분야 쿠폰은 9월 이후부터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예약 시 3만~4만원의 숙박 할인쿠폰을 주는 숙박쿠폰,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집행되는 관광쿠폰은 성수기인 8월이 지난 뒤 지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헬스클럽 등 실내체육시설 월 이용권을 끊은 40만 명이 3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 체육 할인쿠폰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고려해 집행 시기를 조정할 계획이다.

중복 할인 가능해 논란

하지만 상당수 할인 쿠폰은 한 명의 소비자가 중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할인 쿠폰 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정된 사람만 혜택을 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외식 할인 쿠폰은 카드사 간 전산시스템 통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카드사 간 외식 횟수 합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러 카드사에서 할인받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농산물 할인 쿠폰도 한 사람이 온라인몰, 오프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을 돌아가면서 이용하면 쿠폰을 중복 수령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영화 쿠폰도 영화관별로, 매주 중복해서 받는 것이 가능하다.

정부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외식 쿠폰은 같은 식당에서 여러 번 결제하거나 하루에 너무 많은 결제가 일어난 경우 등에는 혜택을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촌관광을 할 때 30% 할인(최대 3만원)해 주는 관광 쿠폰은 지급 대상을 먼저 정한 뒤 순차적으로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복 수령을 막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