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술자가 고로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기술자가 고로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2분기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산업 부진으로 역대 최악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선 사상 첫 적자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등 우량 자회사의 ‘분전’이 버팀목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분기 역대 최악 실적 예고

8일 철강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기준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212억원이다. 연결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회사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개별 실적은 더 심각하다.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포스코가 2000년 분기 실적을 공시한 이래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부 비용 통제를 하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산업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은 예년보다 30~40% 높은 t당 100달러 선까지 뛰었다. 회사 수익을 좌우하는 스프레드(제품과 원자재 가격 차이)가 크게 악화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포스코는 철강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내 코가 석 자’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마저 쉽지 않다.

하반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포스코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감산에 돌입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바오산강철 등 중국 철강업체들은 되레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나섰다. 6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국내로 밀려드는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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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2차전지 소재로 만회

포스코그룹은 철강 외 다른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본업’인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매년 줄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포스코 전체 연결실적에서 철강 사업(별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하지만 작년 2분기 66%까지 낮아졌고 올 2분기에는 30% 초반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보다 다른 곳에서 버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철강 외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효자’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꼽힌다. 과거 대우인터내셔널 시절 무역업에 주력했던 회사였지만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미얀마 가스전이 ‘캐시카우’다. 작년 미얀마 가스전 두 곳에서 연간 최대 물량인 2162억㎥의 가스를 판매했다. 지난 2월 새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면서 실적 기대는 더 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분기 영업이익 1282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케미칼은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들’이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의 양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한다. 전기차 시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 2분기 영업이익은 165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 년 내 포스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OCI와 합작사를 세워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인 고순도 과산화수소도 생산키로 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작년 9월 포스코에서 인수한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LNG터미널을 활용한 탱크 임대와 함께 연계 사업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터미널 추가 증설 등 국내외 가스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포스코의 연결 영업이익 7053억원 중 이들 자회사 기여분은 2472억원으로 35%를 차지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