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짓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20대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21대 ‘거여 국회’ 상황을 활용해 올해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정부가 개정하려는 노동관계법이 해고·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지나치게 노동계에 편향된 내용을 담고 있어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영계 반발에도…정부, ILO 협약 비준 강행

정부, ILO 핵심협약 의결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29호(강제노동 금지), 87·98호(결사의 자유 보장) 등 세 건의 비준안을 의결했다. 비준안은 조만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기본적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으로, 총 190개 협약 중 8개를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이 중 138·182호(아동노동 금지), 100·111호(균등대우 보장)는 비준했지만 나머지 4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립적인 노사관계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 중 105호(강제노동 금지)만 빼고 나머지 3개는 연내 비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른바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노동권 선진국이라는 선언을 하기 위해 필요한 ‘옷’이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면, 그 ‘알맹이’가 노조 3법 개정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3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 폐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오는 9월께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노조 3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1주일 만인 30일 이를 국회로 넘겼다. 이 법안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비준안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다룬다.

반발하는 경영계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6일 브리핑을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격과 국익을 생각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가급적이면 올해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 3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노사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한데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국무회의 의결 후 입장을 내 “정부의 일방적인 노조법 개정은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므로 중단돼야 한다”며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 처벌규정 삭제,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노사관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법 제도 개선 사항도 반드시 함께 입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되자 독자적으로 관련 입법과 비준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노조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국회에 넘겼지만 그와 관련한 발표는 전혀 없었다”며 “대타협이 무산되자 공개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