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충식 상용이엔지 사장이 유체커플링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추충식 상용이엔지 사장이 유체커플링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유체커플링은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력전달장치 사이에 설치하는 요소 부품이다. 장치 내부의 임펠러(액을 섞는 날개)에 든 기어오일의 원심력을 활용해 모터의 소요 동력을 절감하는 기능을 한다. 설비에 과부하가 걸리면 작동을 멈춰 기계 고장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제품 하나에 4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갈 정도로 고도의 제조 기술력이 요구되는 유체커플링을 국내 한 중소기업이 수출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산업용 동력전달장치 전문기업 상용이엔지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계설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첨단 부품 국산화

상용이엔지 "제조 기술력의 힘…글로벌 기계시장 공략"
볼트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추충식 사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상용이엔지를 설립했다. 커플링 관련 엔지니어들과 함께 유체커플링 제조기술을 국산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국내 산업계는 유체커플링을 일본 독일 등에서 전량 수입했다.

상용이엔지는 그해 6월 유체커플링 개발을 마치고 품질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수입 제품을 써온 제철소 발전소 등 국내 수요처 가운데 현장 검증이 부족한 제품을 선뜻 도입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추 사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홍보하고 현장 담당자들을 설득한 끝에 포스코의 한 현장반장이 제품을 써보겠다고 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상용이엔지가 공급한 유체커플링은 석탄 등 고로(용광로) 연료를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에 적용됐다. 포스코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2001년에는 이 회사와 장기 단가 계약을 맺었다. 이어 현대제철 한국철도공사 등 대형 업체에 협력업체로 등록하며 생산량을 늘려갔다. 2007년부터는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해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등 5개 화력발전업체에 유체커플링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공장 스마트화로 글로벌 공략 박차

상용이엔지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시작으로 캐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0개국에 유체커플링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2017년에는 한국무역협회가 주는 수출 백만불탑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공사 공사현장의 토사용 컨베이어벨트, 대형 조선소의 크레인 등 크고 작은 산업현장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추 사장은 “기계산업은 부침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실적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 제조사가 한두 곳 생겼지만 자기 브랜드를 걸고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상용이엔지가 유일하다”며 “2004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끊임없이 품질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나선 노력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라고 했다.

상용이엔지는 이달 한국서부발전이 주관하는 스마트공장구축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1억원을 받았다. 추 사장은 커플링 제품을 고정·해체하는 유압척 설비 자동화를 시작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생산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그는 “수입 제품과 비교해 품질 가격 모든 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해 현재 15% 수준인 수출 비중을 40%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