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임 변리사, 업체 의뢰받은 변리사와 의견 교환하며 보고서 수정
특허가치 뻥튀기 '검사 허술'…사법부까지 농락당했다
1천800여명에게 수백억대 피해를 준 혐의를 받는 한 IT업체의 '특허권 가치 부풀리기' 과정에는 허술한 검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 가치 평가서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할 법원 선임 검사인(변리사)이 업체 측 변리사와 정보를 교환하며 보고서를 수정한 뒤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변리사 A씨는 2016년께 대전 지역 한 IT업체와 관련된 특허권자의 특허권 8종에 대해 "100억원대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 주고 적정가의 10배 가까운 수수료를 받았다.

부당하게 부풀려진 특허 가치를 바탕으로 업체 측은 2017년께 업체 측 관계자인 특허권자로부터 현물(특허권) 출자를 받는 대신 그 대가로 특허권자에게 업체의 신주를 발행·배정해 줬다.

규정상 현물 출자를 하려면 특허권 가치평가에 대한 법원 인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업체 측은 평가보고서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검사인을 법원에 신청하게 돼 있다.

다만, 기술보증기금 같은 공인된 감정인으로부터 감정 결과를 받으면 검사인 조서가 필요 없다.

그런데 업체 측 신청으로 법원에서 검사인으로 선임한 변리사 B씨는 A씨에게 검사보고서 초안을 받은 뒤 A씨와의 의견 교환 후 보고서를 수정해 법원에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출자용 평가보고서의 특허권 가치 평가 산정이 적절한지 살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서 선정한 검사인 B씨가 되레 업체 측 평가서를 작성한 A씨에게 검사보고서까지 전달받아 일부만 고쳐 냈다는 뜻이다.

특허가치 뻥튀기 '검사 허술'…사법부까지 농락당했다
애초 A씨가 부실해 보이는 자료를 바탕으로 특허권 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는데도 B씨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건 이런 배경에서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예컨대 8종 중 2종의 특허권에 대해 B씨는 처음에 '판단 불가'라고 했다가,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확장 가능성'이라는 용어를 쓰며 평가 금액을 책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에 대한 보수로 B씨는 1천500만원을 업체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대전지법 재판부는 검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현물출자를 위한 인가를 내줬다.

B씨는 IT업체 측 주가조작 혐의 사건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임의 출석해 "꼼꼼하게 검사를 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B씨 추가 해명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