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전이 ‘막장’으로 치닫는 와중에 셧다운(운항 중단)을 놓고 지난 3월 당시 양사 대표이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기자회견장에 출석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의 모습. 강은구 기자 ehkang@hankyung.com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전이 ‘막장’으로 치닫는 와중에 셧다운(운항 중단)을 놓고 지난 3월 당시 양사 대표이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기자회견장에 출석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의 모습. 강은구 기자 ehkang@hankyung.com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전이 ‘막장’으로 치닫는 와중에 셧다운(운항 중단)을 놓고 지난 3월 당시 양사 대표이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임금체불·셧다운을 종용한 책임을 지라’는 이스타항공의 주장에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제주항공의 경영 관여를 의심할만한 내용이 담긴 양사 대표 간 전화통화 녹취록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예상된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3월 20일 통화에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현 AK홀딩스 대표)는 셧다운에 대해 논의한다.

최 대표는 대화에서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여러가지를 제안하길래 전격적으로 수용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지금은 셧다운하고, 희망퇴직 등 프로그램을 들어가야 할텐데 지금은 셧다운 하는 게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답했다.

또한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 중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녹취파일에서는 미지급 급여도 거론됐다.

최 대표는 희망퇴직에 대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항공)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남은 직원들이) 많이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한편에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거다"면서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어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라고 우려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협조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 쟁취 3차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의 선그라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비치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 쟁취 3차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의 선그라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비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는 체불임금 해소가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는 종전 제주항공 측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했다.

녹취록까지 공개되는 등 갈등이 고조되면서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가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M&A 성사를 당부한 상태다. 이 같은 점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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