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겠다고 도입한 산업통상자원부의 ‘PD(program director)’가 문재인 정부 들어 국책 연구기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동안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공무원 조직의 필요에 따라 변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새로 채용된 산업부 PD 15명 중 민간 출신은 2명뿐으로 13명이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9년 10명 중 8명이 민간에서 영입됐던 것과 대비된다.

PD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의 최고 전문가에게 연구개발(R&D) 과제 관리를 맡겨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제도다. 이동통신과 차세대 컴퓨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최대 1억6200만원의 고액 연봉을 책정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 출신과 연세대 등 대학교수들이 PD를 맡아 정부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에는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을 비롯해 생산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출신이 주로 PD 역할을 하고 있다. 급여는 한국전력공사 사장(2020년 기준 1억5500만원) 등 웬만한 산업부 산하기관장 연봉과 비슷하거나 많다.

PD가 국책 연구기관 출신 중심으로 채워지면서 위상도 크게 변했다. 초기에는 정부 R&D 과제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산업부의 감독을 받아 진전 상황을 보고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PD가 산업부 국장과 소통했다면 지금은 사무관에게도 큰소리 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만큼 업무가 많지만 자유도는 낮아 민간 출신 지원이 줄었다”며 “PD 역할은 여전히 필요해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 바깥의 설명은 다르다. 한 민간 전문가는 “면접에서부터 전문성 이상으로 정부와의 협업이 중요한 자리라며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높은 연봉을 주고 PD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