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졌다. 올해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하락하면서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5대 은행에서만 3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신용대출 금리 年1%대…주담대보다 낮아졌다

최저 금리 연 1.68%까지 떨어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6월 말 기준 개인신용등급(CB) 1등급인 금융소비자에게 1억원을 담보 없이 빌려주면서 연 1.95~2.26%의 기본 금리를 적용했다.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업의 직원이거나 주거래 우대 대상에게는 이자 부담을 더 낮춰줬다.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는 등 우대 조건을 모두 갖추면 최저 금리가 연 1.6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억원을 빌리면 매달 14만원의 이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직장이 탄탄한 고소득 은행 이용자들은 ‘우리WON’ ‘신한SOL’ 등 은행 모바일 앱으로 신용대출을 받으면서 상당수가 연 1%대 후반의 금리를 물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들어 CB 1등급 또는 은행 자체의 신용평가시스템(CSS) 1등급인 개인에게 연 1%대 후반 금리로 신용대출을 집행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소수에게만 주어줬던 연 1%대 금리가 대중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5대 은행이 취급한 개인신용대출의 평균 금리(CB 2.5등급 기준)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내린 연 2.78~3.23%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취급한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연 3.63%에서 올 5월 연 3.23%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연 3.32%에서 연 2.84%로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5월의 기준금리 인하분이 반영된 지난달 개인신용대출 실적이 집계되면 5월 금리보다 0.2%포인트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6월 신용대출 전월보다 2.5% 급증

은행들의 신용대출 기준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주축으로 이뤄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금리 하락기에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줄어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개인신용대출은 최대 한도가 1년 소득의 1.5배가량”이라며 “일부 고신용자는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더 저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마이너스통장으로 불리는 한도대출에 비해 신용대출 기본 상품이, 고정금리보다는 한국 리보(은행 간 금리)에 연동되는 3개월 변동대출의 금리가 다소 낮다. 지점 가입 상품보다는 비대면 대출이 금리가 저렴할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금리 하락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현금 수요 증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이 겹치면서 개인 신용대출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17조5232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2조8374억원(2.5%) 늘었다. 통상 5대 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1.0% 안팎에서 오르내린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