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국장' 부활?…김용범 "소·돼지고기 가격 급등 살펴볼 것"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농식품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배추 국장' 등을 탄생시킨 '관치물가'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제5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농축산물 가격 동향 및 대응방안'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논의했다. 최근 육류 수요가 늘어나며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16.4%, 국산 쇠고기(한우) 가격이 10.5%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정 내 농축산물 수요가 증가한 점, 긴급 재난지원금 효과로 인해 값비싼 소고기 구매가 늘어난 점 등이 축산물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김 차관의 이같은 발언이 물가를 잡겠다며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52개 생필품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가 직접 생필품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2012년에는 농식품부가 '물가관리 실명제'에 따라 농산물별로 물가관리 담당자를 정하면서 '배추 국장', '무 과장'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나온 적도 있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소와 돼지의 사육 마릿수가 예년보다 많아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히려 하반기 가격 폭락을 걱정해야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9월 말까지인 중소기업대출 만기연장 조치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 차관은 "만기연장 조치 연장에 대해서는 금융권 협의를 거쳐 운영기간 종료 전에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9월 말까지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현재까지 연장된 대출 규모가 56조8000억원에 달한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참여하는 복지 분야 직접일자리 운영 계획도 밝혔다. 복지 분야 직접 일자리는 올해 85만1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나 지난 5월 기준으로 75만2000명(88.4%)이 참여 중이다. 공공시설 휴관조치 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일자리가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는 업무방식을 비대면 위주로 전환하는 등 방식으로 직접일자리 사업들을 빠르게 정상화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하반기 빠른 반등에 대한 희망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가장 취약한 고리인 서민 생활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