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거리를 바꾸는 카페들
광화문 출근 동선 바꾼 스페셜티 커피 강자 '펠트'

2년 전. 서울 광화문역을 지나는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 동선이 달라졌다.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모닝 커피’ 찾는 사람들은 광화문역 수많은 출구 중 종로디타워로 연결된 통로를 이용했다. 펠트커피에 들르기 위해서다. 펠트는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미니멀리즘 공간 실험’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호점은 2015년 서울 창전동 주택가 피아노학원이 있던 자리에 옛 간판을 그대로 두고 냈다. 2018년 2호점인 종로디타워점(사진), 2019년 3호점인 도산공원점까지 펠트가 가는 곳마다 화제의 공간이 됐다.

펠트에는 서로 마주 앉는 의자가 없다. 테이블도 거의 없다. 공간을 채우는 건 커피 향과 음향. 카페라기보다는 ‘쇼룸’에 가깝다. 조용히 커피에 집중하면서 옆에 앉은 이와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펠트를 이끌고 있는 송대웅 대표를 광화문점에서 만났다.

펠트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으로 시작했다. 공장을 짓고,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등 커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스페셜티 커피 원두로 로스팅을 했다. 2015년 골목길 안 간판도 없이 펠트를 열었을 때 커피업계는 술렁였다. 새하얀 페인트로 칠한 벽과 하얀색 에스프레소 기기가 전부인 공간은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송 대표는 “커피 맛에만 집중하는 공간이고 싶었다”고 했다. 피아노 학원 간판을 단 이 카페에 완벽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펠트의 원두는 전국 약 300곳의 카페 등에 납품된다. 월 6t가량을 로스팅한다. 지난해 연 매출이 30억원대로 올라섰다. 펠트의 3개 매장은 전혀 다른 상권에서 전혀 다른 소비층을 상대한다. 1호점은 주택가에, 2호점 광화문은 오피스 상권에, 3호점인 도산공원점은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준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 잡았다. “펠트가 ‘아주 잘 만들어진 흰색 티셔츠’ 같았으면 좋겠어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옷과 함께 입어도 잘 어울리는 그런 커피요.”

펠트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카페가 몰리는 상권에는 출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공간을 택해 승부했다. 최근 1~2년 사이 생겨나는 카페들 중 펠트의 공간을 벤치마킹한 곳이 많다. 송 대표는 “어디에 가든 기존 공간이나 협업 대상과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며 “옆 배경들과도 전체가 하나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게 펠트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지속 가능한 카페 만들기’다. 매년 직원들의 임금을 5~10% 올려주고, 홈카페 시장을 겨냥해 드립백과 캡슐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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