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임금·셧다운 책임 공방 등으로 갈등 커져…이상직 의혹도 부담
제주항공 손 떼면 이스타항공 파산 돌입 가능성 커

작년 말부터 7개월을 끌어온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항공사 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은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에 열흘 기한 준 제주항공, 계약파기 수순 돌입?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밤 이스타항공 측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체불 임금 해소와 선결 조건 이행 등이 이뤄져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혀 온 만큼, 이번 공문을 계기로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해결하라고 한 선결 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건 외에도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등 각종 미지급금으로 체불 임금액을 포함해 총 800억∼1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각종 미지급금 등에 대해 그동안 유동성이 막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제주항공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맺은 계약서 상에도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10영업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에 열흘 기한 준 제주항공, 계약파기 수순 돌입?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이 같은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할 재무 능력이 사실상 '제로(0)'라는 데에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 체불 건을 두고 계속 이쪽에서 해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실 임금 체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당초 계약시 이 같은 미지급금은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해 놓고 이제 와서 이스타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양측이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소와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 서로 공방을 벌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에 업계에서는 M&A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딜 클로징(29일) 시한을 앞두고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00억원어치를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사이는 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에서 별도의 지분 증여 절차 없이 M&A 후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의 매각 대금을 가져가지 않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를 전후로 이 의원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M&A 이슈가 정치권으로 확산한 것도 제주항공 측에서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에 열흘 기한 준 제주항공, 계약파기 수순 돌입?

최근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이배 사장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기획·재무 전문가인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제주항공 자체도 유동성 위기를 겪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에 사실상 반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애경그룹 차원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추진했지만, 기존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와 현 김이배 대표 모두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계속 부정적인 보고서가 올라오니 애경그룹에서도 인수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M&A가 무산되면 정부가 애초 제주항공에 지원하려고 했던 1천700억원의 지원도 취소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에 열흘 기한 준 제주항공, 계약파기 수순 돌입?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천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이스타항공 직원들만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제주항공로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