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건전성 영향 최소화 관건…비대면으로 코로나 파도 넘는다"
※ 대형 은행들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난처해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와중에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에 금융지원을 늘리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코로나19 위기에 처해있는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장에게 서면으로 하반기 경영계획을 물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은 "코로나19 대출은 우량 차주를 대상으로 해 아직 건전성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실적 저하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자산관리 분야를 고도화하고, 비대면 경쟁에서 이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권 행장의 답변.

▷하반기 경영 계획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코로나19 여파로 저성장, 저금리 국면이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은행업 대내외 환경도 호전되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기준금리 인하로 영업이익이 줄 것이고, 코로나19 여신지원에 대한 충당금 증가도 변수가 될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연초 계획한 경영 목표를 그대로 두되, 영업 동력을 살리고 경기 변동에 대한 영향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자본관리를 위해 적정 규모로 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을 높여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로 여신이 크게 늘었습니다. 리스크 관리 대책은 어떻게 준비 중입니까.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약 50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소상공인 대출은 정부 지침에 따라 1차 지원은 신용등급 3등급 이상 우량 차주, 2차는 신용보증서 담보대출로 집행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개인 신용등급이 5등급을 넘지않는 우량차주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건전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는 변수입니다.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커질 것에 대비해 대출 연체율과 차주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연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 대출은 고객별로 특성에 맞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인 '개인사업자 119'를 적극 활용해 부실을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금융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비대면 앱 우리원뱅킹을 출시했습니다. 특화상품을 내놓고, 직장인 비대면 통합 신용대출도 선보였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인터넷뱅킹을 활용한 실시간 무역금융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소상공인 2차 코로나19 대출도 영업점 방문이 필요없는 모바일뱅킹 시스템으로 집행 중입니다."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으로 은행업의 본질이 바뀌어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의 은행업은 미래는 어떠해야한다고 보십니까.

"코로나19로 국내 경제는 기술적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 때문에 은행의 수익창출능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은행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야합니다.

우리은행은 금융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 마케팅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를 통한 대출심사 시스템을 만드는 등 디지털전환(DT)를 강도 높게 추진 중입니다. 자산관리 영업체계를 재구축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금융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이종 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기업투자금융(CIB) 및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결합한 PIB(PB+IB) 사업 강화, 글로벌 진출 다양화 등도 과제입니다."

▷본격적인 '제로금리' 시대가 눈앞에 온 가운데, 은행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코로나19가 확산하고, 한국 기준금리가 0.5%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금융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역대 최저금리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핀테크(금융기술) 회사가 시장에 진입, 개인고객 유치경쟁도 심화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개인 금융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여·수신 상품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입니다. 금융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대면채널도 업그레이드 필요합니다. 전문적 상담 및 자산관리 서비스 역량을 높일 예정입니다. 세대별로 트렌드를 이끄는 플랫폼사와 제휴도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현대카드와 제휴해 우리매직적금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과감한 제휴를 통해 '금융거래의 베이스캠프'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 및 은행의 자산관리(WM)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습니다. 향후 WM시장 전망과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하반기 자산관리 시장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자산관리 분야에서 소비자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영하고, 투자상품 관리를 강화하며 완전판매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자산관리 업무의 영업문화를 혁신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비자 이익의 상품 출시 △전담 채널 인력 강화 △비대면 자산관리 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상품 판매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의 내부통제 절차를 개선하는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금융소비자가 개별상품이 아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종합적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뱅킹(PB)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겠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십니까.

"하반기에는 오픈뱅킹 활성화, 데이터 3법 및 전자금융법 개정 등 정부의 금융혁신 정책이 속속 가시화할 것입니다.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의 혁신 서비스 출시로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 전 영역에서 디지털화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핀테크사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등 금융사 고유영역을 디지털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 5월 출범했습니다. 초개인화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 관점으로 신용평가와 대출심사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를 위한 외부 컨설팅도 받고 있습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