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 이웅열 구속영장 기각…법원 "소명 불충분"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허위 신고 등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을 75%,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을 25% 비율로 섞은 주사액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새벽 "이 전 회장과 다른 임직원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정확한 성격을 인지하게 된 경위 및 시점 등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피의자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상 임상시험 관련 결정을 투자자 등에게 전달하면서 정보의 전체 맥락에 변경을 가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 경과 및 신병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의 지위나 추가로 제기된 혐의사실을 고려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임상 2상까지 진행됐으나 3상을 진행하던 중 미 FDA에서 인보사 성분 가운데 있어야 하는 연골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신장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보사에 종양 유발 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덮은 뒤 국내 판매 허가를 얻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보사 개발업체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시켜 이 전 회장이 큰 이득을 봤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성분 의혹이 제기되기 넉 달 전인 2018년 11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 51.65%와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0%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믿고 구매한 환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오전 9시 30분께 시작해 오후 5시 50분께까지 8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전 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1년여간 이어진 검찰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사팀은 보강 수사 후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