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핀테크 업체와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 가운데 은행만 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마련해 조만간 펼쳐질 ‘데이터 기반 금융업’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마이데이터 시대…핀테크에 반격 나선 은행들

농협은행, 데이터사업부 출범

은행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건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1일 디지털금융부 안에 데이터사업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데이터 분석·마케팅 전문가인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급)으로 앉혔다.

데이터사업부가 각 부서의 데이터 사업 관련 기획·분석·솔루션 개발·마케팅을 총괄하고, 마이데이터 사업도 맡을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말 연초가 아닌데도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은행이 그만큼 데이터 기반 금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모바일 앱 올원뱅크에 토스, 뱅크샐러드 등이 제공하는 금융생활 분석 및 지원 서비스를 넣을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차례로 내차 관리 서비스, 공공데이터 연계 정부지원금 추천 서비스도 적용할 계획이다. 주목되는 건 정부지원금 추천 서비스다. 양육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생애주기와 생활 수준에 맞춰 지급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신청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공공성이 강한 농협은행에 최적화한 기능이라는 판단이다.

“자체 데이터 역량 키워야”

다른 은행들도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편하고 컨설팅을 받는 등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데이터 금융업이 시작되면 회원 수가 많은 정보기술(IT) 플랫폼 및 핀테크 앱과 경쟁해야 하고, 이들에게 밀리면 금융상품을 공급하기만 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쏠(SOL)’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MY자산’을 개선하기 위한 12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마이데이터 제휴사를 뽑고, 컨설팅을 받기 위한 공고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마이데이터 사업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컨설팅 업체를 뽑는 작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데이터 분석역량’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손님빅데이터센터가 중심이 돼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개인자산관리 강화와 포용금융 강화를 양대 축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윤진수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 전무는 “기존 공급자 중심 서비스를 개인 중심으로 정교화·고도화한 업체가 마이데이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과 계열사별로 나눠 제공하던 서비스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면 기존 금융사들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