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표준가맹계약서를 재·개정했다. 본사의 이른바 ‘갑질’을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상당수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프랜차이즈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가맹계약서를 쓰지 않는 프랜차이즈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의 프랜차이즈에 '규제 덫' 씌운 공정위
가맹점 권한 크게 강화

표준계약서는 계약 쌍방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해 공정위가 제시하는 일종의 표준안이다. 프랜차이즈 외에도 일반 대리점업, 상조업 등 업종마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를 제시하고 있다. 갈등이 불거졌을 때 공정위 조사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 프랜차이즈의 91.8%(2018년 기준)가 공정위 표준가맹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새로 제시한 표준가맹계약서에서 모든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시간을 미리 고지하고, 실제 조사 때는 가맹점주와 동행하도록 했다. 10년 이상 영업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영업 실적에 미달하는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는 계약 해지를 못하도록 규정했다. ‘패밀리마트’가 ‘CU’로 바뀌는 등 브랜드 이름 자체가 변경될 때는 가맹점에 계약 해지 권리를 부여했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제시하는 예상 매출도 가맹 계약서에 명시해 향후 분쟁 시 근거로 남기도록 했다.

가장 반발이 큰 대목은 10년 이상 장기 점포의 계약 해지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A사에서 법률 업무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사실상 점포를 영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자유계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사의 계약 권리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시 조사를 막은 것은 프랜차이즈 전반의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맹사업 전문가인 유재은 프랜코컨설팅 대표는 “불시 방문 점검을 못하게 하면 가맹점 평가를 가맹본부가 어떻게 하느냐”며 “계약 해지 사유로 가맹점 평가 저조를 명시해 놓고는 본사의 평가를 사실상 막은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본사의 매장·제품 관리 제한

예상 매출을 표준가맹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것도 본사로서는 부담이다.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예상 매출은 과거 경험, 지역 등 여러 기준을 통해 추산한 것으로 점주의 실력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것”이라며 “본사가 해당 수치를 공개하지 않으면 계약 쌍방이 손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식재료 관리 분야에 대한 표준가맹계약 내용도 개정했다. 치킨 피자 등 외식업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공정위는 본점이 제공한 식재료를 가맹점의 필요에 따라 소분(小分·작게 나눠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천재지변 등으로 식재료 공급이 어려워지면 다른 통로로 조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공정위가 위생 관리 문제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사 관계자는 “재료 신선도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나는 생닭 등의 재료를 임의로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박종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