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국내 산업계

'무관세' 반도체, 수출 70% 차지
단기간 물류비 증가는 부담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함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 기업이 대(對)중국 수출 전략을 일부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결제 편의성, 구매 업체 요청 등에 따라 지난해 276억달러(약 33조원) 규모 반도체 등 한국 제품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다. 앞으론 홍콩에 수출하는 물량 대다수가 중국 직수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홍콩 수출액은 319억1300만달러다. 전체 국가 중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수출액이 많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222억달러(약 26조6700억원)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홍콩이 한국 4대 수출상대국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 중국 수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달러 거래의 편의성과 낮은 법인세(16.5%), 간소한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 환급 절차 등의 영향으로 중국 업체들은 홍콩에서 일단 반도체 등 제품을 받은 뒤 본토로 보내는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홍콩 수출 물량 중 87%(금액 기준)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하지만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로 무역 환경이 중국 본토와 같아지면서 거래처가 홍콩을 거칠 필요 없이 중국 ‘직수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 기업들은 “큰 부담은 아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무관세’ 제품이어서 중국에 직수출해도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직수출이 늘면 초기엔 물류비 등이 증가할 수 있겠지만 결국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화장품, 농축수산물과 관련해선 중국의 검역이 홍콩보다 까다롭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한국 기업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보안법 시행이 미·중 통상분쟁을 본격적으로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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