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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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국내 은행 보험사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대출해주는 제도를 신설한다. 달러화 조달 여건이 나빠질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공급채널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의 '환매조건부 외화채권매매를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제도'를 도입한다고 30일 발표했다.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 대출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고 달러 대출에 나설 계획이다.

대상 증권은 미 국채로 좁혔지만 필요할 경우 미국의 주택저당증권(MBS) 등 미 정부기관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2월 말 보험사와 증권사가 보유한 미 국채 및 정부기관채는 232억달러에 이른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는 등의 여파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데 대한 대비 차원의 제도"라며 "금융회사 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늘려온 미 국채 등을 활용해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민간부문이 보유한 미 국채를 비롯한 외화채권의 잔액은 지난 3월 말 2253억달러로 2008년 말(272억달러)에 비해 8배 이상 늘었다.

한은은 이번 제도로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동시에 스와프레이트 등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오는 9월에 구축할 것"이라며 "외화자금 시장 여건이 팍팍해질 경우 제도를 가동할 계획으로 지금 당장 가동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