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내년 선보일 전기차 NE(코드명)의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내년 선보일 전기차 NE(코드명)의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차
내년에 등장할 현대차의 전기차 NE(코드명)을 두고 자동차 업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바퀴 안에 모터를 집어넣어 바퀴별 독립 제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기술인 '인휠 모터'가 탑재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E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 크기에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급 실내공간을 갖출 계획으로 전해진 만큼 이 같은 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휠 모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는 아직 인휠 모터 탑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1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전기차 NE를 생산한다. NE는 4635mm의 전장에 3000mm의 축간거리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크기는 아반떼보다 15mm 가량 짧지만, 실내공간에 있어서는 팰리세이드보다 10mm 긴 것이다.

아반떼 크기에 팰리세이드급 실내공간을 확보하면 바퀴와 차량 앞·뒤 끝부분 사이 거리인 '오버행'은 극단적으로 짧아지게 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엔진 등이 많은 공간을 차지했지만,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공간이 적은 모터가 들어가기에 긴 오버행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기업들이 꿈꿔온 신기술 '인휠 모터'가 숨겨진 한 수일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인휠 모터는 1898년 포르쉐 창업주인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제안한 자동차 시스템이다. 자동차 바퀴 안에 모터를 집어넣어 바퀴별 독립 제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해 CES에서 공개했던 인휠 모터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개발해 CES에서 공개했던 인휠 모터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인휠 모터를 사용하면 별도 엔진이나 구동모터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만큼의 실내 공간이 추가되는 셈이다. 샤프트와 차동장치 등 앞바퀴나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도 최소화된다. 기존 별도 엔진이나 모터가 있을 경우와 비교해 소음과 진동도 크게 줄어든다. 전륜 바퀴는 모터로 구동하고 후륜에만 인휠 모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인휠 모터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부터 인휠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기아차 레이 전기차,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에 장착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독자 개발한 인휠 시스템 기술도 공개했다. 2021년까지 관련 개발을 완료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인휠 모터 가운데 가장 최근 스펙이 알려진 것은 2세대 모델로, 개당 23kW의 힘을 낸다. 네 바퀴 모두에 장착한다면 92kW의 동력성능을 낼 수 있는데, 이는 123마력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다. 준중형 승용차로 1.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현대차 아반떼나 기아차 K3와 동일한 수준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현대차 차세대 이동 사업부 스콧 나갈은 지난해 제로 에미션 운송회의에서 "현대차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있는 전기차에서 인휠 모터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 출시한 전기버스인 일렉시티에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인휠 모터도 적용됐다. 다만 모터 회전체가 마모되고 오르막길 주행 중 고장이 나는 등 내구성 논란을 빚었다.

현대차는 최근 기존 판매된 전기버스의 인휠 모터를 전량 개선품으로 무상 교체했다. 그간 개별 리콜 작업을 이어오다 기존 판매량 전부를 교체한 것은 개선품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각 바퀴에 측정장치를 부착한 채 포착된 NE 위장막 차량 모습. 사진=코리아카블로그
지난 4월 각 바퀴에 측정장치를 부착한 채 포착된 NE 위장막 차량 모습. 사진=코리아카블로그
업계에서는 인휠 모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면 NE에도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에는 위장막을 씌운 NE 테스트카 사진이 포착됐는데, 이 차량은 4개 바퀴에 측정장치를 부착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를 별도로 두고 4개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면 굳이 각 바퀴에 측정장치를 부착할 이유가 없다"며 "4개 바퀴가 각각 작동하는 인휠 모터 장착을 암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2021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기존 발표와 신차 출시 시점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NE에 인휠 모터를 적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승용차에 장착해 양산하기에는 아직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휠 모터 적용 계획은 없다"고 말했고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일반 차량에 적용하기엔 부족하다"며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버스와 승용차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NE에 인휠 모터가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버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버스는 프레임이 모터를 받쳐주고 차 크기가 있기에 모터가 커도 문제가 없다. 소형 승용차에 탑재하려면 모터가 작아져야 하는데, 그러면 출력을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어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면 돌발상황에서 4개 바퀴가 제멋대로 작동해 도로를 달리던 차가 회전하는 등 대형 사고를 낼 우려도 있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