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코로나 리스크 장기화…디지털 전환이 해법"
대형 은행 5곳의 은행장들이 하반기에 자산건전성 관리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겠다는 뜻도 밝혔다. 은행장들은 수익성을 좌우하는 순이자마진(NIM) 감소에 대응해 비이자 부문 수익성을 개선하고 ‘라임 사태’로 실추된 신뢰 회복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대출 부실 우려 대비에 ‘총력’

진옥동 신한은행, 허인 국민은행, 지성규 하나은행, 권광석 우리은행, 손병환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이 벌인 하반기 경영전략 설문조사에서 하반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봤다. 은행장들이 가장 먼저 대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경제가 위축되면 빌려준 돈을 제대로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허 행장은 “하반기 부실 위험이 높은 업종과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충당금을 늘리는 동시에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등 신성장 부문을 강화해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행장도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건전성 관리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 대출 부실률 상승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기로 했다.

코로나19 돌파구는 ‘디지털 강화’

은행장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낼 돌파구를 디지털 금융에서 찾았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앱에 다양한 기능을 더해 은행을 찾지 않고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원들의 영업 환경도 디지털로 전환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 행장은 “하반기에 비대면 금융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간편결제 연계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예금이나 고객의 직업과 재무상태에 따라 최적의 자산관리 해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소비자 재무상태를 분석해주는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초기 버전을 하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행장은 “인공지능(AI) 기반의 금융비서 서비스(HAI)를 강화하고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행장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디지털 중심의 영업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민은행의 디지털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행장도 “코로나19 위기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글로벌 부문에서 비대면 영업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등에서 격전을 벌어야 한다는 긴장감도 드러냈다. 권 행장은 “금융서비스 등 여러 플랫폼 기업과 협력 관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세대에 따라 플랫폼의 인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제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라임 사태 등으로 실추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프라이빗뱅킹(PB)을 이용하는 자산가들이 다시 은행을 찾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해서다. 권 행장은 “직원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투자상품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여부를 반영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자산관리체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훈/정소람/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