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硏 국제 콘퍼런스

글로벌 석학들
"소득수준 회복에 4~5년 걸려"

'코로나 수렁' 장기화 경고
펠프스 "슘페터식 혁신해야"
스티글리츠 "국제공조 절실"
세계경제연구원과 하나은행이 26일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머튼 미국 MIT 석좌교수가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 화상 강연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세계경제연구원과 하나은행이 26일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머튼 미국 MIT 석좌교수가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 화상 강연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6일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4~5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하트 수석부총재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과 하나은행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에 온라인으로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회복을 주도했지만 코로나19 위기에는 신흥국과 선진국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경제 석학·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깊은 충격을 받은 세계 경제가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겸 회장은 “저소득층과 여행·요식업체 등은 코로나19로 생긴 ‘수렁(crater)’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소득·계층 불평등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 문제를 극복하려면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며 “슘페터적 혁신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기업의 독과점 양상이 굳어지는 반면 신규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코로나19로 교육 및 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끝내려면 모든 국가가 한꺼번에 질병을 통제하고 관련 지식을 세계가 공유해야 한다”며 “국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국제 콘퍼런스
글로벌 경제 세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탄력적으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겁니다.”(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글로벌 경제는 ‘예비 타이어’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평소에는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력이 부족합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26일 세계경제연구원과 하나은행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에서 세계 경제 석학·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V자’ 반등 곡선을 그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석좌교수와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로버트 머튼 MIT 석좌교수를 비롯해 라인하트 수석부총재,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설립자 겸 공동 회장 등이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진단했다.
"지금 세계경제는 예비 타이어 없는 車"…석학들의 경고

“‘V자’ 회복 어려워”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직후 전 세계가 쏟아낸 재정·통화정책 덕분에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드는 것은 일단 막았다고 분석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렸고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며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이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기록하겠지만 Fed의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공행진하는 증시도 이런 막대한 유동성의 힘”이라며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내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불거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인하트 수석부총재는 “세계 경제가 워낙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완전한 회복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지금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교역량이 코로나19 직전부터 줄었다”며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동시에 신흥국이 채무지급 불능 상태로 빠져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숀 로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19가 단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만큼 경제 활동 봉쇄 조치가 완전 해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대면활동과 서비스 수요가 줄어 전 세계 일자리의 30%가량이 몰려 있는 서비스업이 타격받고 고용률도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극복, 국제 공조 절실”

이날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구명보트에 싫어하는 사람과 탔더라도 같이 노를 저어야만 안전지대에 닿을 수 있다”며 “지구에 사는 모두가 공통의 문제를 다 함께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각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백신 공동 풀’을 조성하는 등 협력해야 한다”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의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채권국들이 채무 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했던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펠프스 교수는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신기술이 쏟아지고 미국의 성장도 견인했다”며 “‘슘페터적 혁신’을 바탕으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김대훈/황정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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