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이징 중국 공장 /사진=로이터
현대차 베이징 중국 공장 /사진=로이터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3년여간 계속된 중국 시장내 부진을 떨치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중국 현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대표이사(총경리)도 교체했다. 지난해 9월 둥펑위에다기아의 첫 현지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리펑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수익성을 높이는 체질 개선작업을 진행중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핵심 3인방 모두 교체 완료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최동우 유럽권역본부장(부사장)을 베이징현대 대표로 발령냈다. 기존 대표인 윤몽현 부사장은 본사로 돌아온다. 최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현대차에서 체코법인장과 유럽관리사업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해외영업 전문가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기아차 중국 사업 3인방이 모두 교체됐다. 국내사업본부를 이끌던 이광국 당시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옮겼다. 같은 해 9월엔 리펑 전 바오능그룹 부대표가 둥펑위에다기아 대표로 임명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핵심라인을 해외사업 및 현지인 전문가로 앉혀 중국 시장내 침체를 만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2017년 이후 부진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주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이후에도 판매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판매 회복세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늦다. 지난달 베이징현대는 중국의 완성차업체 협회인 승용차연석회(CPCA)가 공개하는 상위 15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위 15위는 중국 내 주류 브랜드의 기준으로 통한다. 베이징현대는 2016년까지만 해도 5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지난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각각 공장을 하나씩 가동 중단했지만, 여전히 생산시설 과잉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와 현지 브랜드 사이에 낀 처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의 현지 브랜드로 양극화되면서 현대·기아차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 정도로 중국 시장내 입지 회복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한국과 유럽에서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한 때 부진했던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이 마지막 해결 과제로 남은 셈이다.
베이징현대는 신형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등 신차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신형 다목적차량(MPV)과 미스트라 등 중국 전용 차량도 나온다. 둥펑위에다기아는 K5 등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최근 차량 출고 후 한 달 내 마음이 바뀌면 다른 모델로 바꿔주고, 구매자가 실직 등의 이유로 차량을 반납하면 잔여할부금을 받지 않는 파격적인 마케팅도 시작했다.

둥펑위에다기아는 라인업을 재조정하는 등 혁신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저렴한 모델 비중을 줄이고 고급 라인을 늘리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로 인식돼서는 중국 현지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한 단계 높은 고품격 브랜드로 올라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리펑 대표가 취임한 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현대도 최 부사장 체제가 자리잡은 이후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역시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라며 “현 상황이 이어지면 중국에서 회복이 힘들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