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엔 없는 '플랫폼 전용 규제법안' 연내 제출

시장 선점 위해 대규모 적자 감수해온 사업 특성 외면
적정 수수료율 파악 쉽지 않고 이중규제 논란도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플랫폼과 관련된 모든 업체를 규제·감독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입점·가맹업체 관리와 관련해서는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온라인쇼핑몰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 등이 규제를 받게 된다. 다른 플랫폼업체와의 경쟁 관련 규율은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주요 포털업체에 적용될 전망이다.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와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온라인 중고거래 중개 플랫폼 등이 감독 대상이다. 리디북스, 교보e북 등 전자책업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플랫폼 산업 특성 무시한 채…네이버·쿠팡·배민 옥죄는 공정위

외국에는 없는 법까지 만들어

공정위의 이번 규제안은 해외에서는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해 관련 업체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해외 감독당국들은 기존 법을 활용해 플랫폼산업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쟁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인스타그램 등 자회사와 고객 데이터를 주고받은 페이스북에 철퇴를 내린 지난 23일 독일 연방법원 판결이 단적인 예다.

온라인 플랫폼 법은 온라인쇼핑몰과 입점 상점, 배달 앱과 가맹 음식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법안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공정위는 “입점·가맹업체의 수수료 및 판촉비 부담, 수수료 책정 근거에 대한 실태 분석을 이미 마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적자를 감수하며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플랫폼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적정 수수료를 계산할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쿠팡은 2018년 1조1279억원, 2019년 72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손실을 기록하는 가운데에도 플랫폼이 운영되는 것이 입점업체에 이득인 상황에서 제3자가 쿠팡이 부과하는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법 제정을 통해 규율하겠다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 이미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유통업법은 11조 1항에 “판촉비를 동의 없이 납품업자 등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규제 방안과 겹친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새로운 법 위반 행위가 늘어나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필요하면 기존 법을 개정해 규제하는 게 기존 법과의 충돌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또 다른 규제법이 생기면 기업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모르는 플랫폼 규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인수합병(M&A)을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2012년 이뤄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같은 사례에 제동을 걸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플랫폼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6년 검색엔진 첫눈을 네이버가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공정위 관점에 따르면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에게 첫눈은 잠재적 경쟁자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첫눈 인수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개발에 성공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각과 달리 스타트업계로서는 자연스러운 자금 회수 통로를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해 M&A를 장려해야 할 마당에 공정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날 플랫폼산업에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전자상거래소비자 보호법을 고쳐 소비자 피해와 관련된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확대하기로 했다. 입점업체만 부담해온 손실 보상 등의 책임을 플랫폼업체도 함께 지도록 하는 것이다. 배달 앱과 OTT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고거래 플랫폼산업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경목/김보라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