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에도 불구하고 샤넬과 구찌,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 판매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 4월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과 3월 잠깐 주춤했으나 4월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줄었다. 그러나 4월 들어 18.5% 증가세로 돌아섰고 5월엔 증가율이 37.8%로 치솟았다. 4월과 5월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1.7%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명품 가운데서도 시계·보석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3~5월 명품 시계·보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5% 급증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직원 네 명이 근무하는 명품 시계 롤렉스 매장에 갔더니 시계가 달랑 두 점 남아 있었다”며 “최근 백화점 시계·보석 매장에선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명품 소비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으나 보석, 시계, 스포츠카 등 명품 소비는 조기에 반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질병과 테러 등 신변 위협, 공포심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생명이 위협받으면 ‘자기애’가 강하게 발현되고 저축의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