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융안정보고서

올해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50%
기업 매출 줄고, 부채비율 치솟아
항공 등 기업 유동성 54兆 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차 금융지원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18일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차 금융지원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18일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국 기업 절반가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최대 75만 가구는 먹고 마시는 기본적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이 쪼그라든 항공·숙박업체, 빚으로 버티는 영세 자영업자, 일용직에 종사하는 가계 등 국내 경제의 ‘약한 고리’에 코로나19 충격이 특히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로 이자보상배율 하락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외부감사기업 2만693곳 중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47.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올 2분기 정점을 찍는다는 시나리오에 근거한 추정치로, 올해 내내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 비율은 50.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2018년 32.1%, 지난해 32.9%였다.

코로나에 기업 절반 '좀비化' 우려…75만가구 연말께 '잔고 바닥'

이들 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시나리오별로 올해 1.1~1.5배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4.9배, 2017년 6.3배, 2018년 5.9배, 2019년 3.7배에서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한은은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재무구조도 나빠질 것이라고 봤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8.8%에서 올해 92.3~93.1%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최대 54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산출했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가운데 이 규모만큼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은 전체의 10.8%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사의 유동성 위기가 가장 극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올해 항공업체들의 유동성 부족 규모가 최대 1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숙박·음식업(4조5000억원 부족), 여가·서비스업(4조7000억원 부족), 해운업(2조7000억원 부족) 등도 유동성 부족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일시적 매출 충격으로 기업이 ‘돈맥경화’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 유동성 지원 조치가 만료되는 시점에 ‘유동성 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도 부실화 가능성

코로나19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실업률이 사상 최악이었던 외환위기 수준(임시일용직 실업률 전년 대비 12.3%포인트 상승)으로 치솟고, 자영업자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을 가정해 가계의 유동성 여건을 점검했다.

한은은 이런 상황이 6개월 동안 지속되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구가 47만3000곳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유동성 위기란 예·적금을 깨고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을 팔아도 먹고사는 기본적 씀씀이와 만기도래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1년 동안 이어지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구는 75만9000곳에 달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정규직 종사자가 있는 가구보다 임시일용직 종사자 가구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회사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시나리오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47만3000~75만9000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70조6000억~11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금융부채 상환에 차질이 빚어지면 금융회사의 대출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 하위 20% 가계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자영업자 영업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의 연장·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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