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5년 동안 맥(Mac) 컴퓨터에 장착해온 인텔 칩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체 칩인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을 탑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애플이 '세계개발자대회 2020'(WWDC 2020)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2일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본사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WWDC 2020에서 올해 말부터 자사 데스크톱·노트북 맥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그동안 인텔로부터 공급받은 반도체칩을 맥에 탑재해왔지만 이날 발표로 15년간의 협력 관계를 끝내기로 공식화했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반도체칩이 전력 소모는 더 적으면서 고성능 그래픽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반도체 업체를 포함한 부품 전문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아웃소싱해 아이폰·아이패드·맥·에어팟 등 전자기기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이처럼 외주를 준 사업의 많은 부분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애플과 인텔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인텔의 칩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맥텔(Mactel·인텔칩을 장착한 맥)의 시작이었다.

이후 15년 사이 애플의 시가총액은 인텔의 6배가 됐다. 동시에 애플은 인텔의 컴퓨터 칩에 버금가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설계해 반도체 부문을 갖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때문에 인텔은 최근 몇년 동안 공급 제약에 직면했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다.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 전환은 향후 2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커스텀 칩을 탑재한 첫 맥은 연말에 출시된다.

애플은 새 칩이 배터리 수명을 향상시키고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며 보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칩은 아이폰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이미지 처리 속도를 높인 것처럼 미래의 맥에 특별한 기능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비용 부문 효과도 기대된다. 분석가들은 인텔이 맥 프로세서 생산에 드는 비용보다 칩당 75~150달러를 추가로 애플에 청구해왔다고 봤다. 애플은 이 절감 비용을 소비자나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인 웨인 람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아이폰 핵심 부품의 42%를 만들고 있다. 5년 전에는 8% 수준이었다.

이처럼 애플이 이른바 '반도체 독립' 기조를 강화하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계의 지형이 급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인텔의 경우 맥에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연간 매출액의 2~4%에 해당하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