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펴는 K방산

탄약부터 K9 자주포·유도로켓까지
방산 매출 13.6兆…10년새 두 배로

올해 국방예산 사상 첫 50兆 돌파
AI·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
미래전 대비 독자기술 개발 '가속도'
70년 前 전차 한 대 없던 한국…첨단기술 무장한 '방산 강국'으로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러시아(옛 소련)산 T-34 탱크 200여 대를 앞세워 남침을 감행했다. 구식 수류탄, 화염병을 제외하곤 변변한 대전차 무기가 없었던 우리 군은 속수무책으로 밀렸고,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빼앗겼다. 전차 등 지상무기 체계 개념조차 생소했던 한국군에 철갑을 두른 T-34는 공포 그 자체였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된 뒤 한국군은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전차 전력을 보완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이에 미국은 군사원조로 M48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M48을 수리하고 분해하며 독자적인 전차 생산을 시도했고, 1970년대 국내 중공업 부흥과 맞물려 이 같은 노력은 M48A3K, M48A5K 등 M48을 개량 발전시킨 한국형 전차 개발로 이어졌다. K-방위산업(방산)의 시초다.

○글로벌 방산 시장 뚫는 K-방산

70년 前 전차 한 대 없던 한국…첨단기술 무장한 '방산 강국'으로

70년이 지난 현재 K-방산이 달성한 성과는 눈부시다. 국내 방산 매출 규모는 2018년 기준 13조6000여억원으로 10년 전인 2008년(7조2300여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개인 무장인 탄약부터 항공유도 장치, 함정, 지상기동장비, 통신·전자 장비까지 무기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생산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 1950년대 군사원조국이었던 한국이 군사장비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방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K9 자주포는 뛰어난 스펙과 가성비로 수출길을 개척한 K-방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으로 수출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생산된 지상무기 체계로는 최대인 2조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K-방산의 기술력은 이제 군사 선진국의 독무대로 간주됐던 글로벌 미사일·로켓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산 유도로켓 ‘비궁’이 국내 개발 유도무기로는 최초로 미국이 주관한 시험평가(FCT)에서 성능을 공식 인정받았다. 미국 무기체계 조달 시장에 진출하려면 FCT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군사원조를 하던 군사 강국 미국에 거꾸로 로켓 무기를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방산기술 강국에 올라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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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미래전 대비 경쟁 중

군사 선진국들과 세계 방산기업들은 미래전에 대비한 기술 축적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초고속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비교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전은 공간이란 측면에서도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AI와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지휘통제체계, 5세대(5G)·6G 기반의 초연결 전투체계, 초소형 곤충형 정찰로봇, 드론봇(드론+로봇), 지능형 어뢰체계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전장으로의 변화는 현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전투 수단의 혁신도 불가피하다. 국내 방위산업체들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미래전에 대비한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첨단센서 △AI △무인로봇 △신소재 등 미래 8대 국방 핵심 기술을 선정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이 넘은 국방예산 중 군사력 증강과 관련된 방위력 개선에는 전년 대비 2.5% 늘어난 17조984억원이 투입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국방기술 접목을 위한 국방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투자액도 작년 3조9000억원에서 올해 4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70년 前 전차 한 대 없던 한국…첨단기술 무장한 '방산 강국'으로

○방산 혁신 입법 지원 잇따라

미래전 대비, 국방 R&D 혁신을 위한 입법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국방 R&D의 혁신성과 개방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방 R&D 사업수행 방식을 이전의 ‘계약’이 아닌 ‘협약’ 형식으로 바꿔 사업 관리를 한층 유연하게 했다. 이전까지 핵심기술 연구개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던 ‘성실수행 인정제도’가 일부 무기체계 연구개발까지 확대됐다. 또 그동안 국가가 단독 소유했던 지식재산권이 민간 업체와의 공동 소유로 전환돼 민간의 참여 유인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방산 시장 사업 참여자에게 개발 지연배상금을 감면해주거나 연구개발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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