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되 폐지하지는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세수에 타격이 크고 고빈도 매매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주식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 250만원인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를 두 배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단독] 증권거래세 폐지 안 한다…단계적 인하키로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5일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를 거래세 중심에서 양도세 중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식, 펀드, 채권 등 모든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이익에 양도세를 물리고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며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춘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할지 여부였다. 주식을 팔 때 이익·손실에 상관없이 매도 금액의 0.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율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추되 제도는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한 해 6조원이 넘는 세수가 없어져 국가 재정 운용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단타 매매를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거래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거래세와 양도세를 둘 다 부과하고 있는 점도 참고했다.

시장에선 벌써 반발 조짐이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께부터 모든 주식, 펀드 등 투자 이익에 양도세를 매긴다면서 증권거래세를 유지한다면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양도세 체계로 바뀌면 거래세를 없애는 게 맞지만 세수 타격이 커지면 다른 분야에서 증세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며 “정부 발표 이후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의 세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현재 주식 양도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 250만원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인다. 500만원 이상 투자 이익이 나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023년 이후 주식, 펀드, 파생상품, 채권 등 금융 투자소득이 과세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도 허용한다. 모든 투자 이익과 손실을 합쳐 ‘순이익’에만 과세하는 것이다. 지금은 각 금융상품 안에서만 손익통산이 된다.

정부는 다만 25일 발표 때 주식 등 전면 과세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점은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