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총차입금이 올 1분기에만 20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조선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빚을 늘린 결과다. 코로나19의 피해가 본격화한 2분기엔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623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총차입금이 올해 1분기 386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분기당 차입금 증가액이 5조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1.6%에서 22.5%로 올랐다.

자금 조달 방식도 금융회사를 통한 차입금 증가액이 14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증가액은 5조3000억원이었다. 한경연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린 것”이라며 “기업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에 빚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항공이었다. 지난해 말보다 차입금 의존도가 5.3%포인트 높아졌다. 조선(2.3%포인트), 관광레저(1.4%포인트), 대형유통(1.1%포인트), 섬유의복(0.8%포인트) 등의 업종도 상승 폭이 가팔랐다. 기업들이 영업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차입금을 늘리고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해 위기를 견딘 것으로 보인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영업현금흐름은 5개 업종이 모두 나빠졌다.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업은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상장사 전체로 봐도 영업을 통한 현금 유입이 줄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