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미래형 배터리 논의…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대두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한 달 새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만난 것은 현대차의 전기차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야말로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3위를 목표로 하는 현대차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인 LG화학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3위 노리는 현대차, 배터리 동맹 가속화

◇ 글로벌 전기차 3위 입성 노리는 현대차, 배터리 업계와 협력 강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잇따른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순회는 최근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기차 공급 확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27만여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2만4천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천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천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천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경우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를 합쳐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에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확보가 필수다.

최근 유럽의 강한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배터리 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배터리 물량 부족에 따른 '배터리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와 만나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루트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나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톱티어로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요한 배터리 공급원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5.5%의 점유율로 올 1∼4월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했다.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91%로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높다.

이날 정 부회장이 방문한 오창공장은 LG화학 전지사업부의 '마더팩터리'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오는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도 LG화학을 선정하고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양 사는 총수 회동에서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배터리의 성능이 전기차의 성능과 기술력을 좌우하는 만큼 미래형 배터리 공급은 필수적이다.

현대차가 2년 뒤 양산할 'E-GMP' 기반의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도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로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 이상 높은 배터리로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향후 이 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되면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궁극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변경해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미래형 배터리로, LG화학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타입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오는 2030년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기차 3위 노리는 현대차, 배터리 동맹 가속화

◇ 현대차-LG화학, 배터리 합작사 설립 가속화 전망
이번 현대차와 LG의 만남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 설립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는 양사가 현재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완성차 공장 설립을 준비하는 만큼 인도네시아가 유력 후보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합작사는 전기차 전용 배터리 셀 제조부터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게 배터리팩과 시스템 생산을 하게 될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그러나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된 바 없다, 인도네시아 공장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다만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양사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LG화학은 미국 GM과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해 올 4월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중국 (Geely·吉利) 자동차가 지난해 6월 LG화학과 설립한 배터리 합작 생산법인은 현재 부지 선정 단계에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도 SK이노베이션과 합작 공장을 추진해 작년 12월 준공했다.

또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국 4위 배터리 업체 궈쉬안 하이테크 지분 26.5%를 인수한다고 밝혔고 작년에는 스웨덴 배터리사 노스볼트와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밖에 BMW는 지난해 삼성SDI와 3조8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무서운 속도로 판매량이 늘고 있는 테슬라는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협력 초기 합작 공장 설립에 이어 최근에는 2년간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는 LG화학과 중국 CATL 배터리도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천문학적 투자를 함께 집행함으로써 적은 돈으로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고, 현대차 입장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필수인 만큼 합작사 설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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