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스타항공 사무실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스타항공 사무실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체불임금 분담을 요구했지만, 제주항공이 이를 거부하자 인수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에 체불임금 분담을 제안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 4~6월 3개월치 급여를 포기하고, 남은 체불임금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부담하자는 내용이었다. 4~6월 근무한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의 휴업수당은 월 35억원 규모다. 3개월치 105억원을 제외한 145억원 가량을 나눠 부담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제척인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3개월치 휴업수당 반납 여부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제안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달 27일 근로자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4∼6월 휴업수당 반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노조 측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무기로 체불임금 반납을 요구했다"고 반발했고 이스타항공은 "이런 방안도 생각해보자는 차원"이라며 수습했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지고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체불임금을 제주항공이 떠맡기로 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에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피해 상황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주항공의 입장은 '계약 변경'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협의 없이 오는 26일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주주들에게 고지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커지며 이달 29일로 예정된 거래 종결 시한까지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합의 하에 기한을 3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이스타항공 직원들에 지급해야 할 임금이 매달 50억원씩 늘어난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를 대신할 '플랜B'를 찾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셧다운 이전인 2∼3월 체불 임금 90억원은 회사 측에서 고의로 만든 것인 만큼 실질적 소유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0억원을 해결하고 나가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으로 닥쳐온 위기를 넘기고 업황이 개선되면 다른 인수자를 찾자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 상태는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4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운항 중단이 60일을 초과한 지난달 23일부터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됐다. AOC 효력을 회복하려면 현장 점검 등 약 3주에 걸쳐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아직 국토교통부에 AOC 갱신을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운항을 재개하려면 조업사 등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200억원이 든다"며 비용 지불이 불가능해 당분간 운항 재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