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소득·소비 증가율 격차 10%P 웃돌아…이례적"
"코로나 고위험군, 대면 소비 크게 줄여…취약계층 미래 더 비관"
벌이 늘어도 씀씀이 줄였다…고령·외벌이, 지갑 더 닫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이 고령층과 외벌이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보험연구원의 'KIRI 리포트' 최신호에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이 쓴 '최근 소비 감소의 가구 유형별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전년 동기 대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과 '소비지출 증가율' 사이 격차가 10%포인트를 웃돌았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러한 소득·소비 증가율 격차 확대는 외환위기 직후 회복기인 1999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에는 대량 실직과 고금리 속에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가 늘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가 현저히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 1분기의 이례적 소비 위축은 코로나19에 따른 결과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소비지출 증가율을 초과한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가 소비를 직접적으로 위축시켰거나 우리나라 가계가 현재 소득 수준보다 미래 경제 여건을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벌이 늘어도 씀씀이 줄였다…고령·외벌이, 지갑 더 닫아
이러한 현상은 전체 소득구간·연령대·교육수준에서 두루 나타났지만,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벌이 가구일수록 더 뚜렷했다.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구에서 소득 증가율과 소비 지출 증가율의 격차는 5.96%p이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벌어져 50대와 60대에서는 각각 10.65%P와 21.14%p로 확대됐다.

맞벌이 가구는 소폭이나마 소비 지출도 증가해 소득 증가율과 격차가 5.15%p를 기록했지만, 외벌이 등 맞벌이가 아닌 가구는 소비 지출이 9.49%나 줄면서 격차가 16.83%p에 달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비교하면 중간 계층인 소득 3분위 가구가 소비 지출을 가장 많이(-11.84%) 줄였지만, 소득·소비 증가율 격차는 저소득 1분위 가구(13.91%p)와 3분위 가구(13.59%p)가 비슷했다.

고령층과 맞벌이 외 가구의 항목별 씀씀이를 보면 '교통', '가정용품·가사서비스', '기타상품 서비스' 등 대인 접촉이 많은 항목에서 감소 폭이 다른 연령대나 맞벌이 가구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벌이 늘어도 씀씀이 줄였다…고령·외벌이, 지갑 더 닫아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노인층에서 사망률이 높은 특징 때문에 고령 가구의 소비가 대인 접촉이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심하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고령 가구나 맞벌이 외 가구는 상대적으로 소득 안정성이 취약할 수 있어 미래 여건을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내수 경기 회복이 절실하면서도 각종 조세와 준조세 인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처지이므로 다양한 정책이 서로 다른 유형의 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