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백억,직원 50명'韓중기가 삼성 도움으로 매출 35조 3M과 경쟁
코로나 장기화로 의료진 필수품된 PAPR…50개국 수출하는 오토스윙
세계 최고 병원도 감동시킨 대중소 상생…中서 '백지수표'인수도 제안
오토스윙 PAPR 제품 착용한 모습. 오토스윙 제공

오토스윙 PAPR 제품 착용한 모습. 오토스윙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계 병원과 보건당국은 전동식 호흡보호장치(PAPR)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국가별로 외교부와 대사관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전 세계 210개국서 매일 10만명이상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로인한 사망자도 45만명을 넘어서면서 PAPR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PAPR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병원마다 이를 세척해 다시 쓰거나,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사용하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선 주문을 해도 수령까지 3개월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다. 우주복처럼 생겨 얼굴 전체를 덮어씌운 후드 안으로 바이러스를 걸러낸 공기를 공급하는 PAPR은 의료진과 방역담당자들에겐 ‘생명줄’과 같은 장치다.

PAPR 시장에서 오랜기간 압도적 세계 1위를 차지해온 3M의 아성이 최근 직원 50여명 규모인 한국의 한 중소기업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PAPR을 제조하는 눈 보호구 전문기업 오토스윙 예기다.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제품에 IT기술을 입히고, 생산성을 10배로 높여 전세계 50개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외교부, 대사관까지 PAPR 쟁탈전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해야하는 세계 각국 병원의 음압병동 의료진과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의 방역담당자들에게 PAPR은 감염을 막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바이러스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필터로 걸러낼 수 있는 바이러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장시간 착용시 호흡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PAPR을 착용하면 고성능 필터로 바이러스가 걸러진 공기를 팬을 돌려 후드 안으로 계속 공급해주기 때문에 숨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PAPR은 머리에 쓰는 후드와 본체, 호스로 구성되며, 보통 방호복과 함께 착용하게 되며 개인보호장비로는 대당 600~1400달러에 달해 고부가가치 제품에 속한다. 원래 인체에 치명적인 분진을 발생시키는 용접이나 석면 작업, 반도체 생산라인 등에서 산업용도로 쓰였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의료용으로 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PAPR 시장 최강자는 3M이다. 세계 점유율이 80~90%에 달한다.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등 사무용품에서 첨단 산업소재와 헬스케어제품까지 생산하는 118년된 미국 회사다. 하지만 주요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다보니 코로나19 사태이후 방역물품의 수출입 거래가 원할하지 못하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PAPR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토스윙 PAPR을 착용한 한국 의료진과 방역담당자 모습. 오토스윙 제공

오토스윙 PAPR을 착용한 한국 의료진과 방역담당자 모습. 오토스윙 제공

◆美 대학병원 "제조 품질에 깊은 인상"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의 병원들은 PAPR을 공급해줄 업체를 찾아 전 세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PAPR 제조업체이자 산업용 전자용접면 분야에서 3M과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개인보호 장비분야 경쟁력이 뛰어난 오토스윙과 연락이 닿게 됐다. 처음엔 세계 최고 의술을 자랑하는 병원에서 3M(연매출 35조원)을 대신해 연매출 500억원인 한국의 ‘강소기업’에 PAPR 공급을 맡기는 것에 부담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 반도체·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중소벤처기업부와 든든히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저않고 거래하기 시작했다. 존슨홉킨스대 병원은 지난 4월부터 1800대의 PAPR을 주문했고, 이 병원의 사우디아라비아 병원도 1400대를 주문했다. 이 병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PAPR 자국내 수급이 어려워지자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 긴급하게 생산할 것을 지시하면서 오토스윙에 주문 물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드가 만든 PAPR의 품질이 오토스윙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다시 오토스윙과 거래를 늘렸다. 존스홉킨스대 병원에서 호평을 받기시작하자 오토스윙은 미 위스콘신대병원에 100대, 미국 최대 소방유통업체(MESFIRE)에 60대를 잇따라 납품했고, MESFIRE엔 다음달 5000대를 추가 납품하기로 했다. 미국 한 대학병원에선 오토스윙에 “제조 품질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받았는 지 모르겠다”며 “현재 사용 중인 이전 PAPR모델(3M제품) 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다.

보건분야에서 인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을 개척하자, 전세계 판로도 한꺼번에 뚤렸다. 오토스윙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선진 주요 7개국(G7)에 모두 납품을 시작했고, 러시아 브라질 등 전세계 50여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허문영 오토스윙 사장은 “세계 최고 병원(존스홉킨스대 병원)의 극찬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 공급되자, 각 국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모두 생략한 체 긴급하게 수입했다”며 “제품을 먼저 가져가기위해 일부 국가에선 대사관과 외교부까지 동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국내(한국) 병원에 공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량의 납품을 한꺼번에 요청해 오토스윙이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인수하겠다”며 백지수표 제시한 中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에서 허문영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자사 전동식 호흡보호장치(PAPR)제품인 ‘에어윙3’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에서 허문영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자사 전동식 호흡보호장치(PAPR)제품인 ‘에어윙3’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오토스윙의 성공에 배 아파하는 기업이 3M 뿐만은 아니었다. 중국 한 대기업 오너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허 사장에게 회사를 통째로 넘길 것을 제안하며 ‘백지수표’를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허 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때 경영난에 회사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회사가 ‘기사회생’한 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부터 오토스윙에 대한 생산성·품질·물류혁신 작업을 진행하며 생산성을 32% 늘리고, 불량률은 49%감소시켰으며 제조원가는 11% 낮췄다.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중기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의 일환이었다. 오토스윙 주력 매출처인 전자 용접마스크엔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서 발휘된 대·중소 상생 시너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 공장 내부. 안대규 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 공장 내부. 안대규 기자

지난 19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 PAPR 공장에선 제품 조립작업과 포장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었다. ‘USA’, ‘JAPAN’, ‘GERMANY’ 등 수출 행선지가 적힌 제품 박스 수십개가 공장 곳곳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화됐지만 직원들 표정엔 뿌듯함이 묻어져 나왔다. 지난 2월부터 공장 가동률은 100%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오토스윙 PAPR이 ‘세계적 명품’으로 등극한 데는 삼성전자 도움이 컸다. 용접시 쓰이는 산업용 자동 전자용접면이 주요 수출품이었던 오토스윙은 2010년부터 의료용 PAPR을 양산하긴 했지만 매출이 많지는 않았다. 작년 7월 삼성전자와 스마트공장 구축에 들어가면서 PAPR제품에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매년 100억원을 출연해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먼저 오토윙스가 미국에서 전량 수입해 쓰던 PAPR의 의료용 호스를 국산화하도록 지원했다. 삼성이 고급 세탁기 호스를 만드는 전문업체를 연결시켜준 덕분이다. 또 PAPR 제품에 세계 최초로 LCD를 부착해 공기양, 필터교체 시기, 작업시간 등을 눈으로 보면서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회사의 자동전자용접면에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 제품(3세대 자동 전자 용접면)이 나오도록 도운 삼성이 또 다시 IT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 기술진 40여명은 두 달 간 오토윙스 공장에 상주 근무하며 공정 절차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오토스윙의 PAPR 생산량은 하루 30대에서 300대로 10배로 증가했고 불량률은 5%에서 1%미만으로 떨어졌다. 오토스윙은 현재 생산물량도 전세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월 1만대 PAPR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 증설을 검토중이다.

오토스윙이 기술지원보다 더 크게 얻은 수확은 ‘삼성식 기업문화 이식’이다. 허 사장은 “그동안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일들을 부서간 떠넘기던 관례가 많았지만 삼성의 코치를 받은 후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각 부서별로 따로따로 일하던 문화도 서로 협업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항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다.
한편 오토스윙은 국내 보안면, 의료용 고글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 분야의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