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방문, 연구원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반도체연구소 방문은 지난 1월 2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방문, 연구원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반도체연구소 방문은 지난 1월 2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진을 화성사업장으로 소집했다. 반도체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나흘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에도 긴급 경영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현안들을 점검했다.

“시간이 없다” 재차 강조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이 부회장이 주재하는 DS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현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DS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 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사장단에 제시한 키워드는 ‘속도’였다. 그는 “가혹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없다”는 말도 다시 꺼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면서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이 부회장은 수시로 사업 현장을 찾고 있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데다 대규모 시설 투자 프로젝트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는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환경과 안전도 기술만큼 중요”

이 부회장의 최대 관심 사업은 반도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2일과 2월 20일에도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연구소와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생산라인 등을 둘러봤다. 5월엔 코로나19를 뚫고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뒤 이 부회장의 ‘반도체 행보’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의 얼개를 짜고 투자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해야 하는 때”라며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오너 경영자가 바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 간담회 직후 연구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 연구소는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공정 미세화 한계 극복을 위한 신소재를 테스트하고 반도체 공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이 부회장은 오후엔 삼성전자 국내 주요 사업장의 안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안전팀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사업장의 수가 늘고 규모도 확대되면서 환경과 안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부회장은 “환경과 안전 분야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기반”이라며 “기술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도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