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의기억연대 문제가 불거지며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와 감시가 덜한 시민단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경제학의 ‘도덕적 해이’로 해석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흔히 발생한다. 대리인은 주인이 정확하게 자신의 행동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도덕적 일탈 유혹에 빠진다.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벌어지곤 한다. 주인과 대리인 관계뿐 아니라 타인에게 감춰진 행동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는 기업 또는 정부기관과 달리 회계 투명성을 갖출 유인이 부족하다. 후원금 모집과 그 사용처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도 이를 감시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 국세청으로서도 회계 누락 등이 확인돼도 일반 기업처럼 추가 과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샅샅이 살펴볼 이유가 없다.

시민단체의 도덕적 해이도 주인-대리인 문제의 일종
회계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드는 노력의 한계비용(MC)이 일정한 상태에서 일반 기업은 한계편익(MB) 곡선만큼 노력할 것이다. 회계 투명성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생기는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을 고려한 선택이다.

시민단체의 경우 이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노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기업이 회계 투명성을 위해 A만큼의 노력을 하는 동안 시민단체는 B만큼의 노력만 기울이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일탈을 막기 위한 유인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대리인 스스로에게도 이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정된 임금을 주는 대신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이윤을 공유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감춰진 행동을 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처벌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면 잘못된 행동을 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