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저희가 실수를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좀 주시길 바랍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7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금융정책 변화는 필연적으로 여러 사건사고를 동반하는데 그때마다 비판이 쏟아지면 금융혁신을 유도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신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 서비스업)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의 신규 사업을 다양하게 허용했지만 규제완화 초반에는 꼭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고민’이라는 단어를 20번 이상 사용하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의 부정 결제 사고 등에서 보듯이 규제가 풀리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그렇다고 엄격한 규제를 가하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혁신과 보안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한국의 금융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고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 공무원들은 자책하고 죄의식을 갖게 된다”며 “이런 경험들이 금융산업의 창의성을 가로막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동산담보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방문했던 개인 간(P2P) 대출회사 팝펀딩이 자금 유용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구설에 오르게 된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팝펀딩 사건을 겪고 나니까 얼마 전 크라우드펀딩 행사에 갔을 때 유망하다는 회사를 소개하면서 나도 모르게 약간 머뭇거리게 되더라”며 웃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