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시중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연 1.85~2.2%)보다 낮아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 2.13%까지 떨어졌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전월 대비 0.14%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농협은행 연 2.13∼3.74%, 국민은행 연 2.26∼3.76%, 우리은행 연 2.56∼4.16%로 조정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매일 산출하는 신한·하나은행도 같은날 각각 연 2.24∼3.49%, 연 2.22~3.52%로 금리를 조정했다.

연 1.85~2.2%로 금리가 고정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하면, 농협의 최저 금리(연 2.13%)는 안심전환대출의 최고 금리보다 낮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최저 금리도 안심전환대출의 최고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누구나 최저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달 대비 0.14%포인트 하락한 1.0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SC제일 IBK기업 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등의 수신상품가 바뀌면 코픽스도 따라 움직인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에 코픽스 하락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 기준금리 변동이 은행 수신금리에 영향을 주고, 코픽스를 움직여 결과적으로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까지 바꾸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 "은행 1%대 주담대 금리 현실로"

코픽스가 조금만 더 떨어지면 대부분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정부의 안심전환대출보다 낮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폭이 온전히 반영되는 다음달 대부분 역전될 것으로 본다. 다음달 발표되는 6월 코픽스 하락폭이 5월과 같다면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1.9%대가 된다.

정부가 금리인하 국면에서 고정금리 상품을 내놔 금리 역전 현상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민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라는 의미가 출발부터 불안했다는 지적이다. 고정금리는 금리가 인상될 때 유리한데,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은 지난해 9월은 이미 미국과 한국 등이 금리인하에 들어간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안심전환대출이 나온 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안심전환대출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19~3.74%로 여전히 안심전환대출 대비 0.3%포인트 이상 높다. 오히려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오르고 있어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시중 은행의 한 임원은 "코픽스는 매달 15일을 기준으로 집계·발표되는데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는 지난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다음달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하분이 온전히 반영된 코픽스가 발표되면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상승하는 추세"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변동형 주담대의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어, 대출 상환 계획에 따라 상품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